美中 주한대사, 한반도 핵비확산 전문가 배치 주목

북한 핵문제로 주변국의 대(對) 한반도 외교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주한 미∙일∙중∙러 대사들이 잇따라 교체되거나 다른 인물로 내정되어 있다. 각국은 교체 사유를 ‘정기 인사’로 강조하고 있지만 임명 대상자를 두고 한국과 당사국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글레프 이바셴초프 신임 주한 러시아 대사는 1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고,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대사가 지난 4월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 임명된 후 알렉산더 버슈보 현 러시아 대사가 신임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돼 있다.

중국이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 후임으로 닝푸쿠이(寧賦魁) 외교부 북핵 전담대사를 내정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오시마 쇼타로(大島正太郞) 주한 일본대사 내정자는 지난 5월 아그레망(파견될 상대국에 외교사절 임명을 동의하는 절차)을 신청했고 공식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국 정부는 주변 4강의 주한 대사 임명에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는 대체로 만족, 중국에는 불만, 미국에는 신중, 러시아에는 무난하다는 입장이다.

‘독도 발언’으로 한일관계에 물의를 일으킨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대사를 교체하고 신중한 행보로 정평이 난 오시마 쇼타로 내정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 내정자는 한반도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격(格)’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의 불만을 사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는 부부장급(차관급) 인사를 파견하고 있으나 한국에는 부국장급을 임명해왔다.

알렉산더 버슈보 임명은 한반도에서 美 비확산 정책 강화 포석

닝푸쿠이 대사는 북한 김일성대학 출신으로, 평양의 중국대사관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주캄보디아 대사를 지낸 경력이 있고, 이후 2003년 10월부터 북핵 전담대사로 활동해왔다. 중국정부는 북핵 관련 한국 정부와 조정 역할을 크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 미국 대사에는 알렉산더 버슈보 주러 미국대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럽 외교의 중심축인 나토(NATO)대사를 역임한 거물급 인사여서 한국대사 임명 소식은 외교가에 매우 큰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워싱턴 외교 정보지 <넬슨 리포트>는 그를 신중한 비확산 전문가로 평가했다.

버슈보 대사가 임명될 경우 한국에는 미-중 양국의 핵관련 비확산 전문가가 내정되는 셈이다. 이번 인사가 확정될 경우 미국은 대 한반도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은 버슈보 대사를 통해 한국을 상대로 대량살상무기 방지 구상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