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년 버티기 힘들다는 게 中학자들 판단…대화에 목맬 것”



▲지난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뒷줄에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그리고 옆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내외의 모습.  이날 펜스 부통령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사진=연합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이 비밀 회동을 추진했으나 취소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과 향후 북미 대화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20일(현지시간)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0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북측이 회담 두 시간 전에 갑자기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북측이 회담 취소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펜스 부통령의 새로운 대북 제재 언급, 탈북자 면담 등 대북 압박 행보를 계속하자 이에 대한 불만의 의미로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양국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는 과정에서 ‘거친 탐색전’이 수반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번에 불발된 북미 회담을 처음부터 우리 정부가 주도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으로 조성된 평화 분위기가 북미대화로 이어지고,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시작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근영 중국 연변대학교 정치와공공관리학원 교수는 22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너무 빠르다”며 “북미 대화를 너무 급하게 밀어붙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북한 관련 사안에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북미 대화를 이끌고 싶겠지만 대화 조성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남을 밀어붙이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팽팽하기 때문에 언제든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선제 타격하겠다는 이른바 ‘코피전략’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있다는 걸 중국도 알고 있고 이미 북중 접경지역에서 중국의 대비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이 우연하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때”라고 했다.

때문에 그는 북미대화 자체가 한반도 긴장을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보다는 북미대화에서 어떤 내용을 끌어낼지, 대화 이후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대화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이 교수는 “미국과 북한 양국 모두 서로가 원하는 제스처를 보여줘야 만남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는 지난 2월 8일 창건절 열병식을 축소하고 생중계도 하지 않으면서 나름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김정은의 최측근인 김여정을 보냈다는 것은 북한의 상황이 다급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하면서 “지금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대화를 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외 북한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의 영향으로 북한 경제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교수도 “북한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경제 정책으로는 1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는 것이 중국학자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현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90년대 초반에는 북핵을 완전히 없앨 수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불가능한 얘기”라고 단정했다. 그는 “현재 북한에서 핵은 곧 김정은”이라며 “핵을 없애는 것은 김정은은 없애는 것이고 핵을 포기할 때 선물을 주겠다는 말은 김정은이 죽고 나서 선물을 주겠다는 말과 같다”고 언급했다.

그러므로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가장 현실적이고 발전적인 대화의 결과는 “비핵화라고 쓰고 수평적이든 수직적이든 핵을 확산하지 않는 단계로써 NPT(핵확산방지조약)를 재가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내부적 상황이 있다고 본다”며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대화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향후에도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대화의 끈을 놓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