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은 필수 무기…美와 비굴한 협상 안해” 강연

김정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공식방문을 마치고 5일 오전 전용열차로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 당국이 최근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사실을 공식화하면서 대미(對美) 비난 주민 강연을 강화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 속에서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소식이 퍼지자 당국이 각종 모임을 통해 책임을 미국 쪽에 돌리면서 내부 결속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당국이 정규학습, 아침 독보, 저녁 총화, 강연회 등 모임 시간만 되면 미국 비방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여기에선 ‘미제(미국)는 우리(북한)의 핵 기지가 철폐되지 않는 한 어떤 회담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강연자는 또 ‘핵은 우리나라를 지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무기’ ‘미제는 이렇게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비굴하게 이런 식으로 절대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빈손 귀국’에 따른 비난 여론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핵 포기 없다’는 강경 태도를 재차 강조하면서 내부 기강을 다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대북 제재 해제나 완화를 기대했던 주민들에게 핵무기의 정당성을 심어주면서 마음을 다독이겠다는 북한식 선동 방식도 읽혀진다.

소식통은 또 “강연에서는 ‘우리의 최고존엄(김정은 위원장)을 건드리는 자는 추호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으름장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는 회담 결렬 책임이 있는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김 위원장 비난 여론에도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공포심 유도 전략인 셈이다.

아울러 북한은 주민들에게 경제난을 시사하면서 일종의 자력갱생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봉쇄 속에서도 ‘고난의 행군’(90년대 중후반의 대량아사시기를 지칭)에서도 살아남았는데, 이제 더한 고난이 온다고 해도 무서울 것이 없다’는 말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북한의 행보는 ‘수령 무오류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주민 불안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향후 미국과의 협상 재개 전(前) 주민 설득 논리를 어떻게 구상할지도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소식통은 “강연자는 ‘미제와 평화 회담은 지속하겠다’는 점도 말했다”면서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향후 미국과 회담하기 전 ‘미제가 우리에게 결국 머리를 숙였다’는 논리를 만들기 위해 이 같은 주민 선전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본지는 지난 12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일부에서는 ‘본전도 못 건지고 돌아왔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