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임박’ 정보는 부정확

미국 정부는 올해 봄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관련 우방들에 전달하면서 이를 북한이 6자회담에 시급히 복귀해야 하는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 이 정보는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고 뉴욕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지난 5월 북한의 핵실험 임박설을 특종 보도했던 이 신문은 미국이 우방들에 이와 같은 경고를 발령한 것과 비슷한 시기인 지난 4월26일 중앙정보국(CIA)은 의회에서 행한 비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조만간 핵실험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특히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관측대 건설에 관한 정보는 일부 분석가들과 행정부 관리들에 의해 나왔지만 이는 결정적이지 않거나 불완전한 자료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 기반을 둔 것이 분명하며 정부 밖으로 회람되지 말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고 밝혔다.

타임스는 CIA가 의회에 보고한 견해는 “정보기관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지만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보는 에너지부와 국방부 분석가들의 주장은 반영되지 않았으며 반면에 우방들에게는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미국 “정보기관 전체”의 의견은 전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타임스는 핵실험과 관련된 북한의 진정한 의도는 영영 파악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를 둘러싼 올해 봄의 엇갈리는 견해는 북한 핵 문제를 평가하는 과정이 정치와 부정확한 정보에 의해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 지를 잘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이는 또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 기관들 및 정책 담당자들 사이에서 빚어졌던 것과 같은 긴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북한의 핵실험 준비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였다. 에너지부 산하 3개 핵실험실 간부들은 함경북도 길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터널 공사가 핵실험 준비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 행정부는 아마도 이라크에 매여 있었기 때문인지 처음에는 이에 관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맨처음 내놓은 기관은 국방정보국(DIA)이었다. 1998년 인도의 핵실험 징후를 놓쳤던 이 기관의 분석가들은 주로 위성이 촬영한 사진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CIA와 국무부 산하 정보 담당자들은 조심스러운 입장이었으며 여기에는 핵실험이 초래할 중대한 정치적 여파를 감안할 때 북한이 이를 감행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했다고 타임스는 분석했다.

2월 10일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6자 회담의 군축회담 전환 요구에 이어 4월 들어 원자로 가동중단으로 추가 핵무기 제조 우려가 고조된 후 CIA는 의회 브리핑에서 북한의 터널 굴착 활동은 핵실험 준비 과정과 일치하지만 조만간 핵실험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보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관측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백악관도 핵실험이 중국의 격분을 불러 일으키리라는 점을 들어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낮음’에서 ’낮은 것보다는 약간 높음’ 사이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우방들에 이와 같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막상 한국, 일본 등 우방들에 전달된 정보는 근거자료의 상당부분이 생략된데다 정치적 분석마저 배제된 채 위성을 통해 감지된 북한의 활동만을 강조해 이를 받아보는 입장에서는 훨씬 더 긴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관측대에 관한 언급까지 가미돼 한국과 일본의 관리들은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관측대에 관한 이야기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는 불확실하지만 한 고위 관리는 이것이 위성 촬영 사진을 잘못 판단한 결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장으로 의심되는 장소에 관측대가 건설되고 있다는 정보를 뉴욕 타임스에 흘린 관리들도 그 후에는 이 구조물이 진짜 관측대인지, 심지어는 핵실험 장소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고 발을 빼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으로부터 북한의 핵실험 징후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은 한국, 중국 등은 북한에 이를 강행하지 말 것을 경고했고 해들리 보좌관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시 제재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 이후 북한을 6자회담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가속화된 결과 회담은 재개됐으며 최근의 위성 사진들은 문제가 됐던 함경북도 길주에서의 의심스러운 활동이 크게 잦아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핵정보를 담당하는 한 고위 관리는 이것이 핵폭탄이 지하에 매설됨으로써 핵실험 준비가 끝났음을 의미할 수도, 아니면 서방의 외교적 활동을 재촉하는 기만책이라는 목적을 달성했음을 시사하는 것일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밝혔다./뉴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