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축구 좌절과 체제 몰락은 일란성 쌍둥이

북한이 19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다. 북한은 이번아시안 게임 3경기에서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단순히 이번 대회의 초라한 성적만을 가지고 북한 축구가 몰락했다고 단언 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지역예선과 본선을 통해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다소 충격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기술, 체격, 정신력 등 모든 부분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북한 축구의 몰락은 일부 선수 교체와 전술 등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이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름 반짝하는 결과를 내올 수 있지만 축구 선진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축구선수들의 체격은 이미 국제 사회에서 대결을 하기에는 너무나 왜소하다. 아시아권에서야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지만 덩치와 키가 훨씬 큰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을 대적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북한 선수들이 체격이 상대적으로 왜소해진 원인은 북한의 경제난과 관련이 크다. 


북한은 그동안 독자적인 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 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여 왔다. 지난 1996년부터 2000년까지는 식량부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어린이들은 영양실조에 걸리는 등 제대로 된 성장을 하지 못한 것이 그 원인이다. 북한의 식량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은 한중일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 전역을 통털어서 보더라도 터키 다음으로 키가 크다. 반면 북한은 10cm이상 작다. 이를 반영하듯 북한의 축구선수들만 보더라도 그 체구가 너무나 왜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대표팀의 평균신장은 183cm인데 반해 북한 대표팀의 평균신장은 176cm다. 상당수의 선수들이 170cm초반의 신장을 가지고 있고 180이상 되는 선수는 골키퍼를 포함해 단 6명에 불과하다.


북한 축구의 좌절은 단순히 체격적인 차이 때문만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노선과 체제를 고집하며 닫아놓은 경제와도 비슷하다. 북한은 그동안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하며 계획경제를 지속해 왔다. 사회주의 국가들도 1990년대 초반 이후에는 세계화란 이름아래 국제간 교류를 활발히 진행해왔고 이를 통해 선진기술과 시스템을 수용하고 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국가 간 A매치를 통해 다양한 국제감각을 익히고 선진 축구기술을 배우는 등 국제 축구 시스템에 적응하기위한 노력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국제경기를 통한 선진 축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체적인 노력에만 열을 올려왔다.


북한은 그동안 굵직한 국제 대회를 앞두고서야 한 두 차례의 A매치를 치러왔을 뿐 국제적인 축구교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고 북한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평가전을 추진하면서 비용 부담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북한은 나이지리아 축구대표팀을 평양으로 오라고 제안했으나 나이지리아축구협회가 선수단의 왕복항공권을 요청하자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자신들이 초청을 하면서 왕복 항공권도 제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것이다.


당시 국제사회는 “북한 정부가 남아공월드컵에 참가하는 자국 대표팀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세계 각지에서 평가전을 치르게 하고 있는 마당에 나이지리아대표팀에 항공권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북한 대표팀 선수들의 국제적 경험도 문제다. 북한 축구 대표팀 가운데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일본에서 활동해온 정대세와 안영학을 제외하고는 홍영조(28. FK로스토프), 량용기(28, 베갈타 센다이), 김국진(21, FC빌), 차정혁(25, FC빌) 단 4명에 불과하다.


북한 정권은 주민들에게 언제나 정신력을 강조한다. 사상의 힘으로 강성대국을 이룩하자고 주장한다.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대가도 주어지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번 대회를 마치고 북한 대표팀을 이끄는 조동섭 감독도 “마지막 경기였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선수들의 정신력에 문제가 있어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라며 선수들의 정신력을 질타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선수들의 정신력만 질타할 수는 없다. 북한 축구가 정신력 하나만으로 지금까지의 성적을 낸 것이 대견할 정도다. 정신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맞는 대우와 기술습득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의 경제사정이 좋아져 잘 먹고 잘살아야 힘을 낼 것이고 선수들의 해외진출도 활발히 이뤄져야 선진 축구기술을 습득하고 이에 맞춰나갈 수 있다. 또 노력한 만큼 그에 따른 보상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북한이 폐쇄정책을 버리고 개혁 개방의 길로 들어서지 않는 한 북한 축구의 발전도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