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속법제정 개인소유 확대 `신호탄’

북한이 2002년 상속법을 채택한 것은 개인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이를 상속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가히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그동안 국가와 사회적 소유을 중시하면서 상속이란 말 자체를 자본주의 요소로 간주해 부정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마련된 상속법은 “국가가 법적으로 개인소유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보장해 준다”고 규정, 개인의 소유권과 상속권을 존중하고 이를 국가적으로 보호하도록 했다.

물론 아직까지 허용되는 상속재산의 범위가 주택과 가정용품 등에 국한돼 상속법의 규모와 내용이 자본주의국가와 비교할 때 아직 협소하고 단순하지만 상속 자체를 인정하고 이를 법으로 공포했다는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

특히 상속법은 7.1경제관리개선 조치(2002.7.1) 시행을 3개월여 앞두고 채택됐다는 점에서 경제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개인 소유를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려는 북한당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여기에다 상속법은 기업소 독립채산제와 자율화 강화, 개인 장사 허용 및 종합시장 확대 등 경제개혁 조치가 잇따르고 있는 현실에서 주민들의 개인적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열심히 일을 해 성과를 거두면 국가는 물론 개인에게도 이익이 돌아와 재산을 불릴 수 있고 그것을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을 상속법 채택을 통해 확인시킴으로써 주민들의 근로의욕을 높일 수 있게 한 것이다.

더욱이 상속할 수 있는 재산의 범위에 주택을 포함시킨 것은 앞으로의 경제개혁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북한의 주택은 국가기관이 국가자금으로 건설해 주민에게 장기 임대형식으로 공급해주는 것과 개인이 국가기관의 허가를 받아 개인자금으로 건설한 주택으로 나뉜다.

그러나 대다수 주택은 국가소유이며 개인주택은 단층주택으로 평양시 등 도시에는 거의 없고 농촌 등 일부 지방에 허용돼 있다.

북한 민법(1999.3.개정)은 개인소유권 범주에 △노동에 의한 사회주의 분배 △국가 및 사회의 추가적 혜택 △텃밭 등 개인부업경리에서 나오는 생산물 △개인이 샀거나 상속 및 증여받은 재산 △그밖의 법적 근거에 의해 생겨난 재산을 포함시켰을 뿐 주택은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주택을 상속재산에 포함시킨 것은 국가소유의 주택에 대한 임대권리를 상속할 수 있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경제난이 악화된 1990년대 초반부터 개인들 사이에 국가소유의 주택이 암거래되고 당국의 강력한 통제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일반적인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이것은 나아가 토지ㆍ건물 등의 부동산에 대해서까지 권리의 상속권을 넓혀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낳고 있다.

북한에서는 7.1조치 이후 국가소유의 건물을 임대해 운영하는 음식점, 당구장, 가라오케, 심지어 러브호텔 등 개인업소가 급증하고 있으며 2년전부터는 일부 협동농장에 시범적으로 ‘포전(圃田)담당제’를 실시하고 있는 등 부동산에 대한 점유권 확대 움직임이 높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상속법 채택은 국가소유제에서 개인소유제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로 볼 수 있다”며 “아직은 상속 대상 재산이 주택과 가전제품 등에 국한되지만 7.1조치를 확대 발전시켜나가면서 상속재산의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