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부총리 “龍馬가 당나귀 안되게 힘 합치자”

▲ 제1차 남북경제협력공동위 북한 전승훈 부총리(왼쪽)와 권오규 부총리

제1차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경협공동위) 첫날인 4일, 우리측 권오규 부총리와 북측 전승훈 부총리는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본격 협의에 돌입했다.

권 부총리는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날짜를 세어보니 남북정상선언이 나온지 꼭 2달이 됐다”며 “그동안 짧은 기간이지만 정상선언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뤘고, 총리회담에서 추진체계에 합의했으며 오늘은 구체적 실천계획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짧은 기간이었지만 짚어보니 그동안 아주 많은 일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며 “안변, 백두산, 농업에서 현장답사가 이뤄졌고, 철도도로 실무접촉. 여기에 완벽히 만족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금강산 적십자회담도 그런대로 원만히 진행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경제협력공동위가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만큼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남북이 좀더 목표와 비전을 갖고 협의하자”고 말했다.

남북은 지난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차관급이 맡아오던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를 남북경협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부총리급인 ‘경협공동위’로 격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권 부총리는 특히 총리회담에서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화물열차 운송에 합의했으므로 앞으로 공동위에서 해주, 안변, 남포, 백두산 등 여러 분야 협력을 본격화하는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북측의 전승훈 부총리는 “북남수뇌들의 역사적인 평양상봉으로 10·4선언이 나오면서 북과 남 사이 경제협력이 활발히 진행하는 전제조건이 마련됐다”며 평가했다.

이어 “좋은 용마는 잘타면 ‘천리마’가 되고 못타면 ‘하늘소'(북한에서 ‘당나귀’라는 뜻)가 된다고 했다”며 “남북경협 활성화와 지속발전의 의무가 부총리 선생과 여기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가 힘과 지혜를 합쳐 나간가면 북남경제협력사업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용마가 마련됐으니 하늘소가 안되게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는 ▲개성공단 활성화 ▲조선협력단지 건설 ▲철도·도로 개보수 등이다. 여기에 ▲개성공단 ▲철도·도로 ▲농수산 ▲조선 ▲보건·의료 ▲환경 등 경제공동위 산하의 6개 분과위원회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당초 서해유전 공동개발, 나진-선봉 산업물류 특구 조성 등 정상선언에서 다루지 못한 의제를 새롭게 제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측이 회의 의제를 ‘정상선언’ 틀내로 한정하면서 정부로서는 다소 맥이 빠진 분위기다.

한편, 북한 부총리가 서울을 방문한 것은 지난 92년 김달현 정무원 부총리 일행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