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협력의 대세” 유지 기대

북한이 남측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남북간 행사에 나오는 북측 관계자들이 ‘남북협력 대세론’을 강조하면서 남북간 협력관계의 지속을 바라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23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준공식에 참석, 사석에서 이명박 당선자와 관련해 “남북협력의 대세야 바꿀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크고 작은 남북 당국간 회담에 나오는 북측 실무자들도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호.불호 표명은 삼간 채 남북협력 대세론만 피력하고 있다는 전문이다.

권호웅 참사의 말은 남쪽에서 10년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져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알 수 없는 초조감과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기존 정부 정책의 큰 골격은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바람을 함께 담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특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문제를 논의할 서해지대추진위원회 1차 회의가 오는 28∼29일 개성에서 열리게 된 것도 북측이 ‘남북협력의 대세’를 남측의 새 정부측에 확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초 정부는 12월초 서해추진위를 개성에서 열자고 북측에 제안했지만 북측은 “일이 많다”며 응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북측은 대선 직전 전격적으로 18∼19일 회담을 갖자고 제의해 왔으며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시기적으로 민감한 점 등을 감안해 대선 후인 28∼29일로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남쪽의 정세를 지켜보던 북측이 남북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새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적극 추진해 모멘텀을 만들어 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장관급이 회담 수석대표를 맡을 것인 만큼 북측이 회담에서 남쪽의 향후 대북정책 방향을 탐색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이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 당선자에 대한 비난을 삼가면서 무소속 이회창 후보만 타깃으로 삼은 것도 남북관계 지속에 대한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측이 나름대로 남쪽의 정세를 판단하고 나온 행동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가 끝난지 나흘이 지난 23일 오전까지도 북한 언론매체가 남한 대선이 실시된 사실조차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북한의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북한은 대선 2∼3일 후에는 대통령 선거 결과를 보도하고 간단한 논평을 곁들이기도 했었다.

북한 매체는 2002년 12월21일엔 “선거에선 민주당 후보 노무현이 당선되고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이 패했다”며 “이것은 온 민족의 염원이 반영된 6.15공동선언을 반대하고 반공화국 대결을 고취하는 세력은 참패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논평까지 곁들여 보도했었다.

1997년 12월21일엔 김대중 당시 당선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남조선에서…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다”며 “외신들과 남조선 방송들은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으나, 앞으로 대통령 당선자 앞에는 풀기 어려운 많은 과제들이 산적돼 있다고 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992년 대선 때는 12월 21일 노동신문이 ‘예상대로인 남조선 대통령 선거’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당선 사실을 처음으로 언급하고 “새로운 정치적 변혁을 요구하는 남조선 인민들의 염원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미국의 지배와 간섭이 지속되고 있는 남조선에서는 다른 결과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실망’을 나타냈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당분간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새로운 대북정책의 방향을 주시할 것으로 본다”며 “결국 북한의 대남정책은 남쪽의 정책에 맞춰가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