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애민사상’ 집중 선전하는 속내는

김정일의 삼수발전소 현지시찰(2006년 3월 )

최근 들어 김정일의 ‘애민사상’을 선전하는 북한매체의 기사가 부쩍 늘고 있다.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 15일자는 ‘인민의 이익을 첫 자리에 놓으시고’ 제하의 기사에서 삼수발전소 건설장과 사리원 미곡협동농장을 찾은 김정일의 ‘애민풍모’를 집중 선전했다.

기사요약

– “내가 오늘 삼수발전소 건설장에 온 것은 언제(댐)를 어느 정도 쌓았는가를 직접 볼 뿐 아니라 발전소건설과 관련하여 침수구역에서 철거하는 주민들의 살림집 건설 문제에 대하여 알아보자는 것이다. 침수구역에서 철거하는 주민들의 살림집 문제를 푸는 것은 군중관점에 관한 문제이며, 우리 당의 군중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는가 못하는가 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삼수발전소 시찰 시 김정일 발언)

– 갓 살림을 편 자식의 집을 찾은 친부모의 심정 그대로 살림방들과 신발장, 옷장의 문도 열어보시고 토끼들이 욱실거리는 토끼우리도 일일이 돌아보시며 이만하면 옛날 지주 부럽지 않다고 못내 기뻐하신 위대한 장군님! 부엌에 들어서시어 사진기의 조명까지 끄라고 하시며 메탄가스 곤로의 불길도 가늠하신 우리 장군님이시다.(사리원 미곡협동농장 시찰 시)

– “나는 지금 자나깨나 어떻게 하면 우리 인민들을 잘 살게 하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번 본때 있게 일하여 가까운 앞날에 우리 인민들을 남부러운 것 없이 잘 살게 하고 모든 면에서 보란 듯이 내세우자고 한다. 이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다”

기사해설

우리민족끼리는 김정일의 삼수발전소 시찰 목적을 침수구역내 철거주민들의 주택문제에 초점을 두고, ‘전기문제보다 주민들의 생활불편에 먼저 마음 쓰는 장군님(김정일)’이라고 부각시켰다.

지난해 11월에 있은 김정일의 사리원 미곡협동농장 현지시찰도 농장원들의 밥 가마를 직접 열어본 일화로 유명하다. 밥가마를 열어보는 모습은 김일성 시절부터 민심을 헤아리는 지도자의 각별한 배려로 표현되곤 했다.

주택·토지가 국가소유로 된 북한에서 철거 주택에 대한 보상은 거의 없다. 당에서 고속도로, 공장 지을 땅에 말뚝을 박고 나가라고 하면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조건없이 따라야 한다. 아무 대책도 없이 집단 철거시켜 수백명의 아사자를 낸 95년 평양-희천 고속도로 주변 철거 주민들의 희생이 대표적인 예이다.

철거 주민에 대한 대책이 사실상 없음에도 선전매체는 마치 김정일이 주민들의 생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듯이 선전하고 있다.

김정일 애민선전은 북한 당국이 핵실험이후 “이제 우리는 잘살게 된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하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민위천(以民爲天)’은 90년대 김일성·김정일이 대중영합에 써먹던 구호였다. 소위 ‘인민을 하늘처럼 여긴다’며 주민들에게 선전하면서 사실상 ‘인민의 어버이’로 군림했던 것이다. 그러나 식량난을 겪으면서 선전매체의 ‘이민위천’ 구호는 사라졌다. 수백만 명의 아사자를 낸 마당에 ‘이민위천’사상이 명분을 잃어버린 것이다.

13일자 노동신문이 “인민 위에 군림하지 말라”는 훈령을 간부들에게 내린 것도 이러한 ‘인민 껴안기’의 일환이다. 현재 북한에는 과거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이데올로기 구호가 사라지고, ‘내가 살기 위해서는 독사처럼 디디고 올라서야 한다’는 험악한 사회풍조가 맴돌고 있다.

간부와 주민관계는 옛날 봉건시대의 양반과 상놈관계로 양분화되었고, 힘(권력)있는 자와 없는 자, 돈 있는 자와 없는 자로 극명하게 갈리면서 새로운 계급분화를 초래했다.

때문에 선전매체들은 주민들을 결속하고 내부를 다지기 위해 김정일의 ‘애민행보’ 선전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