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청년 불길 속 뛰어든 이유 “초상화 생각에…”

북한 노동신문이 4일 화재현장에서 ‘백두산 3대장군(김일성·김정일·김정숙)’ 초상화를 구해낸 일화를 소개했다.


이날 신문은 지난 7월15일 회사작업장에서 철수하던 중 외딴 곳에 위치한 가정집의 화재를 목격하고 창문으로 뛰어들어 초상화를 구해낸 함경북도 나선시에 거주하는 20대 노동자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 노동자는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방안에는 백두산 3대장군의 초상화가 모셔져 있을게 아닙니까”라고 말했고, 신문은 그를 ‘수령결사옹위’ 정신의 영웅적 소행이라 칭송했다.


신문은 지난 6월에도 함경남도의 한 시골마을에 사는 소녀가 산사태가 일어나자 김일성 부자의 초상화를 구해내고 숨진 일을 소개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당시 소녀에게 ‘김정일 소년영예상’을 수여하고 부모와 교원, 해당 소년단책임지도원 등 7명에 대해서도 포상했다.


북한 가정집에서는 과전압에 따른 화재사고가 비일비재하다. 공급되는 전기는 전압이 낮아 변압기로 220V까지 끌어 올려야 전자제품 등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북한 가정집의 전자제품은 대부분 중국제로 220V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변압기를 고압으로 조정해 놓고 사용하다가 꺼놓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전기가 들어 올 경우 과전압에 의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력난에 따라 전기가 자주 끊기는 북한 현실의 반영이다. 탈북자들은 이번 화재도 이 같은 상황으로 빚어졌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 일가의 초상화를 먼저 구해내는 주민은 영웅, 사람이나 살림살이를 구해내면 사상적 비판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한 탈북자에 따르면 2001년 3월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구역에서 전기누전으로 단층집 4채가 화재가 발생했는데, 초상화를 구한 두 집은 인민반 차원의 생활용품 지원과 함께 영웅대접을 받았지만, 그렇지 않은 두 집은 도·시·구역 당에 불려 다니며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다른 지역으로 이주됐던 일이 있었다.


여기에 초상화를 구하지 못한 가정은 세대주 뿐 아니라 그 자녀도 이력 문건에 평가가 남아 평생 꼬리표를 붙이고 다녀야 한다.  


또 다른 탈북자도 “2009년 살림집 화재에 뒤늦게 달려 온 아버지가 불에 뛰어들어 5살짜리  어린 딸을 구해내면서도 초상화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로 노동당에서 출당을 당한 일이 있었다”고 소회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김 부자 초상화 보위와 ‘결사옹위’라는 세뇌관념으로 자기 부모, 자식보다 초상화보위를 우선으로 여긴다”며 “진심보다는 정치적 보복에 따른 가식적인 ‘충성심’의 발현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