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내부 反체제활동현장 최초확인

북한 내 반(反)체제 조직의 활동현장이 최초로 포착됐다.

<데일리엔케이> 특별취재팀이 13일 <피랍탈북인권연대>로부터 단독 입수한 북한 반(反)체제활동 동영상(35분)에 따르면, 북한 내부 반체제 조직으로 파악되는 <자유청년동지회>가 지난해 11월 말경 함북 회령시 1.17공장과 대덕리 마을 입구에 반체제 유인물을 부착하고, 북한인민들의 ‘반(反)김정일 봉기’를 촉구하며 국제사회에 북한민주화운동의 지지를 호소하는 결의문 낭독이 생생히 담겨있다.

지금까지 중국 등지에서 활동하는 북한 반체제단체 명의의 성명서가 중국 일부 지역에서 미확인 상태로 공개된 적은 있으나, 북한 내부에서 일어난 반체제활동 현장이 생생한 동영상에 의해 직접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일 타도, 인민들이여 싸우자” 격문

동영상에 따르면, 회령시 1.17공장 내부에 “김정일 타도하라 ▲ 모두 일어나 독재정권 몰아내자”는 내용으로 자유청년동지회가 붙인 격문이 붙어있다. 이어 회령시 대덕 중학교 방향의 다리 교각에는 “장성택 체포, 김정일이 한 짓이다 ▲ 우리는 언제까지 굶고 헐벗으며 죽어야 하는가 ▲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이냐 ▲ 인민들이여 싸워서 자유민주 되찾자 ▲ 자유청년동지회”라고 쓰인 두 번째 격문이 선명히 나타난다. 이번 격문은 모두 갱지에 붉은 글씨로 작성되었으며, 손으로 직접 쓴 것이다.

▲ 회령시 대덕리 입구 다리에 부착된 反김일성•김정일 격문(동영상 中)

동영상에서는 이어 김정일 초상화를 배경으로, “전국의 인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는 성명서가 <자유청년동지회> 명의로 낭독되며, 김정일 초상화 위에는 “김정일 너는 누구냐. 너는 독재자이다. 인민은 너를 용서 안 할 것이며 정권의 자리에서 들어낼 것이다. 우리는 자유와 민주를 요구한다. 개혁 개방만이 살길이다. 자유청년동지회”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30대 함경도 남성(추정)의 목소리로 낭독되는 성명에는 “오늘 우리나라에서는 김정일의 선군정치라는 파쇼 독재통치와 독단정치로 하여 인민들은 극도의 생활고로 인한 기아와 빈궁 속에 허덕이며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며, “김정일은 마치도 우리가 못살고 못 먹는 것이 미국의 경제봉쇄와 미국의 조선에 대한 새 전쟁 도발책동으로 하여 국방건설에 힘을 넣고 있어 그런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성명은 이어 “나라의 방방곡곡, 도시, 군, 리에 이르기까지 김일성 김정일을 위한 사적지요 전적지, 연구실, 동상 등 우리가 본 것이 얼마나 많으며 보지 않은 것은 얼마이겠는가”라고 하면서 “결국 개인미신은 우리들 자신을 머저리로 만들고 제 무덤을 파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였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또 “김정일은 개혁과 개방을 하면 인민은 잘 살고 자기는 죽는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인민들은 독재정치를 하면 김정일은 살고 인민은 굶어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김정일은 하루 빨리 인민들의 지향과 염원에 맞게 법을 뜯어 고쳐 개혁 개방 하든가 정권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끝으로 “폭력 투쟁과 비폭력 투쟁을 배합한 여러가지 형태의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말하고, “식량과 생활비를 주지 않는 공장 기업소 출근을 거부해도 당당한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각급 나라들은 김정일 독재정권을 끝장내기 위한 투쟁을 세계적 판도에로 확산시켜 우리의 자유청년동지회에 아낌없는 지지와 연대성을 보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회령출신 김선희씨, “격문장소는 회령시 1.17공장 확실”

이 동영상을 시청한 회령 출신 김선희씨(가명∙36세, 2000년 탈북)는 “자유청년동지회가 부착한 격문의 장소는 회령시 강안동 1.17공장(크라프트 종이생산 군수공장)과 대덕리 마을 입구 다리가 확실하다”며 자신이 실제 1.17공장에서 1990년대 초반부터 수 년간 근무한 사실을 밝혔다.

김씨는 이어 “1.17공장은 97년부터 러시아로부터 원료가 들어오지 않아 폭약포장용 종이 생산을 중단하고, 99년경에는 외화벌이 수단으로 수예작업반을 운영했다”고 증언했다.

▲ 회령시 대덕중학교. 교문 위에 ‘경애하는 아버지 김정일 원수님의 참된 아들 딸이 되자’는 문구가 보인다.(동영상中)

김씨는 또 “동영상 첫부분에 나오는 공터는 회령역 입구(청진에서 들어오는 방향) 100m전에 있는 역전동 소시장 주변”이며 “그 다음 부분은 강안동 소재 1.17공장 내부에서 반김정일 격문을 촬영한 후에 수북동 금생리에서 창여리로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회령출신 김향미(가명∙20세, 2003년 탈북)씨는 “성명서를 낭독한 30대 남성의 억양과 사투리는 회령지역 출신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특히 억양중에서 단어의 앞부분에 강한 액센트가 들어가는 것은 회령지역의 독특한 어법”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반 김정일 격문이 부착된 다리는 대덕리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 다리로 보인다”며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학교는 대덕중학교로 자신이 붉은청년근위대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할 때 항상 지나쳐서 매우 익숙한 건물”이라고 말했다.

평양출신 한 탈북자는 “성명서 내용에 ‘관료주의적이며 주관적인 행동과 개혁으로 일관된 시책으로 인민들은 노동당을 믿지 않으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성명서 작성에 엘리트 출신이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수 명지대(북한학과) 교수는 “그동안 북한 내부에 일부 반체제 활동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실제 활동현장이 확인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북한 내부 사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체제 조직 10-30개로 파악

현재 함경도, 양강도, 자강도 등 중국 인접지역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조직은 이번 동영상에 등장하는 <자유청년동지회>를 비롯, 10여개 단체로 파악되고 있으며, 소규모 단체까지 포함하면 3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체제 조직은 94년 김일성 사망 후 발생하기 시작했으며, 수십년간 계급독재에 따른 피해자들이 많은 자강도, 양강도, 함경도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동영상은 지난해 12월 중순경 <피랍탈북인권연대>(사무총장 도희윤)가 중국현지에서 최초 입수하여 <데일리엔케이>에 공개했다(입수경위 도희윤총장 일문일답 참조). 도총장은 “그동안 북한 반체제 단체의 움직임이 꾸준히 감지되어 왔다”며 “최근에는 자신들의 활동을 직접 확인시키고 외부와 반김정일 연대를 구축하기 위해 이번 동영상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도총장은 “동영상은 1월 18일 일본의 방송국에서 방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he Daily NK 특별취재팀 dailynk@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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