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장철 본격 시작…수해 나선지역 배추값 금값”

진행 : 매주 수요일 북한 경제를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21일 이 시간에는 강미진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 상황 알아볼텐데요. 먼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정보’ 듣고 강 기자 모시겠습니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 팔리는 물건 가격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당 5400원, 신의주도 5300원, 혜산은 5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달러는 1달러 당 평양 8600원, 신의주 8900원, 혜산은 9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000원, 신의주 1900원, 혜산 2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4000원, 신의주 14500원, 혜산 14000원입니다. 이어서 기름 가격입니다. 휘발유는 평양과 신의주에서는 1kg당 7000원, 혜산에서는 6000원에 거래되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4500원, 신의주 4000원, 혜산은 4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동향’이었습니다.

1. 네 지금까지 북한 장마당 물가를 들어봤는데요, 이맘때면 일부 지역들에서는 김치를 다 만들고 난 후라고 하는데요, 그럼 김장 재료들이 시장에서 많이 팔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소식 취해한 강미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어떤 상품들이 잘 팔렸는지 전해주시죠.네, 지금 북한에선 월동준비가 한창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년 중 중요하게 생각하는 큰일들인 식량마련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김장이랍니다. 북한 주민들은 김치를 반년식량이라고 말을 하거든요. 그만큼 김치는 북한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식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반년 먹을 식량에 비할 정도면 얼마나 김치를 많이 하는지 알만하죠?

이렇게 김치를 많이 하다 보니 장마당에서는 배추들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하는데요. 양강도 혜산시장에서는 배추를 가지고 나가기만 하면 그날로 다 팔고 들어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에도 회사 동료들과 북한에서 김치를 담그던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한국에서는 김치를 사서 먹기도 하고 또 다른 반찬도 많기 때문에 김치 담그는 것을 그리 중요하게는 생각지 않는 탈북자들도 일부 있다고 합니다. 저도 북한에서는 김치를 담그는 것을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시기를 놓칠까 전전긍긍하면서 날을 보냈었는데 한국에 온 후에는 태평스러움마저도 보이게 되더라구요.

아마도 시기를 놓치면 김치를 담그기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사시사철 배추가 나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김치를 담글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치 이야기를 하니 입안에 군침이 도네요, 김치 담글 땐 밖에서 갓 버무린 김치에 따뜻한 감자밥을 먹으면 정말 맛나기도 했었습니다.

2. 네, 저도 입안에 군침이 돌면서 입맛이 땡깁니다. 김장철을 맞아 배추가격이 올랐을 것 같은데도 잘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주민들의 생활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들리네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보통 3인 식구로 가정했을 때 배추 20여 포기 정도를 가지고 김치를 담그는데 북한에서는 얼마 만한 양의 김치를 담그는지 궁금합니다.

네, 저의 경험에 의하면 저도 남편과 딸애랑 함께 셋이서 생활할 때 배추 350kg, 양배추 100kg, 무 150kg정도로 보통 4독을 담그거든요, 그리고 마늘절임과 파절임, 오이절임 등 절임도 옹기종기 작은 단지들에 담궈 먹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반찬이 많고 외식도 잦은 한국과 달리 북한은 1년 365일을 집에서 밥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김치를 소홀히 하게 되면 큰일 난 것처럼 생각한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기업소별 단체별로 남새공급이 있거든요, 대부분 농장에서 배급량을 배정받은 다음 해당 지역에 나가 남새 가을(수확)을 한 후 단위별로 나눠서 준답니다.

기관기업소들에서는 가족 수에 따라서 배추나 무 등을 공급해 주는데요, 사실 한국의 배추나 양배추처럼 잘 다듬어진 채로 공급받으면 위에서 언급한 수량은 엄청나게 많은 것이 되겠지만 밭에서 캐자마자 저울에 달기 때문에 수분도 많은데다가 흙도 묻은 채 모두 가져 가야 한답니다. 그러니 진짜 알속만 계산하면 많이 감모(減耗)가 가게 되는 거죠. 얼핏 생각하기엔 3인을 가정했을 때 배추 350kg, 양배추 100kg, 무 150kg정도는 상당한 양이겠지만 주로 김치만 먹어야 하는 북한 주민들 실정에서는 많은 것이 아니랍니다. 위에서 가정한 3인 식구의 공급양은 남새농사가 잘 됐을 때인데요, 대부분 이렇게 많이 공급받지 못하고 심지어 50kg, 30kg의 배추를 공급받을 때도 있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말입니다

3. 네, 저도 들으면서 배추 350kg, 양배추 100kg, 무 150kg 정도는 대단히 많은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속으로는 저렇게 많은 김치를 언제 다 소비할까, 은근히 걱정도 했는데요. 역시 많이 공급받았을 때의 이야기네요, 그러면 50kg이나 그보다 더 적은 30kg 정도의 배추를 공급받게 되는 경우는 나머지 김장재료들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설명부탁드립니다.

네, 북한 주민들이 즐겨 쓰는 말이 있는데요, 뭘 지 궁금하시죠?

진행 : 네, 그렇게 질문하시니까 더 궁금해집니다.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선전이나 정책 등에 지금껏 많이 속았다는 것을 대부분 다 알고 있는 상황이구요, 그러다보니 주민들은 당국의 말을 불신하게 되거든요. 봄날 농장의 남새밭을 잘 돌보면 가을에 김장용 남새는 어느 정도 공급이 되는 것으로 안심할 수 있지만 주민들은 전혀 듣지 않는답니다. 이럴 때 주민들이 잘 사용하는 말이 ‘자력갱생’이거든요. 이 말은 북한 당국이 자국의 힘으로 경제건설 등 모든 것을 한다는 말로서 사용되는 말인데요. 주민들은 국가의 공급이나 도움보다 자기 힘으로 살아간다는 뜻으로 ‘자력갱생’을 자주 말하게 되는거랍니다. 제가 이렇게 길게 설명을 드린 것은 주민들은 당국의 공급 같은 것을 믿지 않고 모자라는 남새를 자체의 노력으로 농사를 짓거나 시장에서 구매를 해서 김장 준비를 하는 것이죠.

이렇게 모자라는 김장 배추나 무 등을 구매하는 주민들이 많다 보니 시장에서는 배추나 무가 불티나게 팔리는 거랍니다. 요즘처럼 김장철이면 김장 재료를 마련하는 주민들도 또 김장 재료를 파는 주민들도 반년 양식을 마련한다는 마음에 웃음이 남실거리겠죠.

저는 대부분 김장을 개인적으로 농사를 지은 배추로 김장을 했었는데요, 남편이 직장에서 받아 가져온 것이 농사지은 것보다 좋으면 그걸로 김장을 하고 반대로 집에서 농사지은 것이 좋으면 농사지은 것으로 김장을 하고 나쁜 것은 국을 끓이거나 돼지나 닭 사료로도 쓰고 그랬답니다. 그러고 집에서 농사지은 것이 잘 돼서 정말 집에서 쓰고도 남을 때도 있었거든요, 그럴 때에는 장마당으로 내다 파는거지요.

이렇게 나머지가 있을 때에도 장마당에 내다 팔지만 김장 재료가 적을 때에도 일부를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는데요, 김치를 하는데 다른 재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랍니다. 김치를 하는데 배추나 무만으로는 김치를 만들 수 없잖아요? 우선 소금이 있어야 하고 젓갈이나 고기도 있어야 하는데 이런 재료를 사기 위해 김장배추나 무들이 시장에서 팔리 게 된답니다.

4. 그렇네요, 김장을 하는데 소금이나 마늘 고춧가루가 빠질 수 없죠. 농촌에서 사는 주민들은 개인 소토지 농사에서 김장 재료 일부를 해결하면 되는데 도시의 주민들은 공급양이 부족하면 대부분 시장에서 구매를 해야 하는지요?

네 그렇죠, 도시의 주민들은 따로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에 김장 재료를 시장에서 구매를 하게 되구요, 도시의 주민들 대부분이 시장에서 김장재료를 구매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판매하는 상인들의 바쁜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북한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잘 하면 집에까지 실어다 주는 서비스도 받는다고 하네요. 도시 주변에서 사는 농촌주민들은 다른 생필품을 사기 위해 배추나 무 등 남새농사를 지어 시장에 내다 팔게 되는데 이런 것은 도시 주민들에게는 좋은 김장재료를 구매할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거죠.

다행히 올해도 양강도에선 배추 농사가 잘 돼서 양강도 주민들은 김장을 잘 했다는 소식에 조금은 마음이 가볍네요. 북한에서 생활할 때에도 김장까지 잘 마무리 되면 한숨 돌리고 조금 쉴 수도 있거든요. 찬바람이 쌀쌀하게 부는 날이면 갓 담근 김치를 한 바가지를 꺼내놓고 토실토실하게 영근 양강도 감자를 삶아놓고 동네 주민들이 한 집에서 먹고 웃고 떠들며 하루를 보내던 것도 지금은 소중한 추억으로 됐네요. 언젠가는 꼭 통일이 되겠죠, 통일되면 저의 고향에 함께 가서 햇김치에 감자를 삶아먹으면서 밤새도록 이야기 나누는 날이 있을 겁니다.

5. 그런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양강도 특산 감자를 삶아놓고 갓 담근 김치 맛도 볼 수 있게요. 보통 한 가정에 3인이나 4인으로 가정하고 김치를 담근다고 할 때 채소농사를 짓는 농촌지역 주민들을 제외하고 김장재료 전부를 구매해야 하는 도시 주민들의 경우 얼마 있어야 하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네, 주민들 입장에서는 김장재료가 많아야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료를 구매하는 데 드는 돈도 정말 중요하답니다. 일단 충분히 김장을 하려면 4인 식구로 봤을 때 배추 250kg에 무150kg, 양배추 100kg, 마늘 2.5kg, 고춧가루 2kg , 소금 15kg정도 들거든요, 그리고 명태나 멸치라든가 젓갈과 같은 것도 조금 사야 김치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김장재료 값을 마련하는데 특별히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겁니다.

현재 양강도 혜산 시장에서 배추 1kg의 가격이 2000원이고 무는 1kg당 1000원, 양배추 1kg 1800원, 마늘은 1kg 8000원에서 만원 정도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치를 맛으로나 보기에도 맛깔스럽게 해주는 고춧가루도 있어야겠죠? 고춧가루는 1kg에 2만 8천원을, 명태는 만 천원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김치를 담그는데 기본적인 것만 구매하려고 해도 3인이나 4인 가족의 한해 김장재료 가격은 배추, 무, 양배추, 마늘, 고춧가루, 소금만 계산해도 대략 112만 원 정도가 든답니다. 생활이 조금 괜찮은 가정들에서는 명태나 멸치도 사서 넣겠죠, 그러면 112만원보다 더 많은 돈이 들겠지요. 그래도 겨울동안 먹을 김장마련을 했다는 점에서 주민들은 안도의 숨을 돌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북한 시장에서의 김장재료 가격과 김장전투와 관련한 소식을 전한 북한 주민의 말에 의하면 함경북도 나선시 같은 경우는 이번 큰물에 가을남새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배추가격이 금값일 정도일 것이라면서 지금 새집에 이사를 했다지만 겨울날 걱정이 태산일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저도 많이 걱정이 되는데요, 부디 아무 탈 없이 올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끝으로 지금 당국의 눈과 귀를 피해 대한민국 서울에서 보내드리는 국민통일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북한 주민 여러분 이제 남은 겨울나이준비를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면서 다음 시간에는 겨울용품들을 구매하는 주민들의 일상에 대한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