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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6자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프리덤하우스 주최로 19일 개최된 ‘북한인권국제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중인 <북한민주화운동본부> 강철환 공동대표와의 면담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일보가 22일 보도했다.
힐 차관보는 20일(현지시간) 강 대표를 국무부로 초청, 45분간 대화를 나눴다. 그는 강 대표에게 주로 북한의 인권 실상과 실질적 개선방법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졌다.
힐 차관보는 “북한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보편적인 국제질서를 이행해야 한다”며 “여기에서 인권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국무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6자회담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6자회담 미국측 수석 대표로 부시 행정부로부터 상당 부분 재량권을 확보한 것으로 보여 이번 발언이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6자회담에서 북 인권문제를 의제로 만들겠다는 것인지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한편, 18일 미국의 고위 관리자의 “6자회담에서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기로 한∙미∙일 3국이 합의했다”는 발언이 보도됐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 다음은 힐 차관보와 강대표의 대화 요지
힐 차관보 – 일주일 전에 당신 책(평양의 어항)을 읽었다. 너무 좋은 책이었다.
강철환 기자 – 힐 차관보가 한국 대사로 부임한 이후 활동을 보면서, 북한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힐 – 아직 멀었다. 북한이 아직 변하고 있지 않으니….
강 – 북한 정권은 이런 식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 한국 정부의 지원은 북한 정권의 연장에 이용되고 있다.
힐 – 지원에는 인도주의 지원과 대가성 지원 두 가지가 있다. 당신도 책에서 인도주의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는가.
강 – 악용이 안 되게 감시가 가능하다면 당연히 계속되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모든 지원이 군대나 권력층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힐 – 개인적으로 북한 인권문제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한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선 핵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며칠 전 상원 청문회에 나가서 의원들로부터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빨리 협상하지 않고 시간을 놓치고 있다”는 질책을 받고,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지만 김정일 편도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강 – 북한은 핵을 이용해 더 많은 지원을 얻으려 하고 있다. 특히 남한으로부터.
힐 – 지금 북한 주민들은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강 – 북한 주민들도 이젠 알 것은 거의 안다고 본다. 다만 군대로 인민들을 강압적으로 탄압하면서 억지로 버티고 있다. 이번 6자 회담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하게 되는가.
힐 – 제기할 것이다. 북한도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려면 보편적인 국제질서를 이행해야 하고, 여기서 인권은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국무부도 그렇게 생각한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