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차관보가 공개한 北·美 논의내용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18일(한국시간) 회담 석상 등에서 북.미 사이에 논의된 내용의 일부를 전격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힐 차관보는 이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 연설에서 ▲ 평화협정 체결 논의 ▲ 전력을 제외한 의약, 농업, 산업 분야 핵이용 양해 ▲ 고농축우라늄(HEU) 증거 제시 등을 이번 회담에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들은 6자회담 당시 내외신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간간이 흘러 나오기는 했지만 당시 회담 참가자의 입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우선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과 관련, 힐 차관보는 “북한측에 몇가지 증거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해명을 요구하면서 중요한 문제임을 강조했고 북한도 이를 이해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13일 방북한 CNN 취재진에게 “우리는 우라늄을 기반으로 한 어떠한 무기계획도 없지만 이를 명백히 하기 위해 증거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직후에 나왔다.

특히 힐 차관보가 북한에서 주장하고 있는 평화적 핵이용 권리와 관련, 전력을 제외한 의약과 농업, 산업 분야의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에 대해서 양해가 됐다고 답한 대목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연구용 수준의 원자로 보유는 양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약, 농업,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구용 원자로의 보유 및 가동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미국의 입장은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 땅에 아예 원자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 비해서는 유연해진 제스처로 분석된다.

연구용 원자로는 전력을 생산하는 원자로와 똑같이 폐연료봉에서 플루노튬 추출이 가능하지만 규모가 훨씬 작기 때문에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 양산이 불가능하다.

참고로 북한이 연구용 원자로라고 주장해오다 폐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했던 영변 실험용 원자로의 규모는 5MW이며 국내에서 의약, 농업,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의 규모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와 관련, 북한은 연구용으로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계속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미국은 영변 원자로의 폐쇄를 요구하고 그 대안으로 이보다 규모가 작은 원자로의 이용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돼 진통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힐 차관보가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힌 것도 북한이 미국에 대해 느끼고 있는 위협을 불식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담 타결의 전망을 밝게해 주고 있다.

그는 평화협정 문제 논의는 “평화협정 문제는 지난 13일간 계속된 베이징 6자회담에서 거론됐다”면서 “특히 북한 대표단과는 베이징에서 공식적으로 만나기 2주전 그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힐 차관보는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 6자회담에서는 북핵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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