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서 권력 악용해 주민 돈 갈취하는 김 소좌를 아십니까?

진행 : 국가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 주민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이상용 기자와 함께 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해 주실 사건, 어떤 것인가요?

기자 : 함경북도 회령시에 거주하고 있는 제보자 이 모 씨가 데일리NK 통화를 통해 제보한 사건입니다. 회령시 보위부 반탐과 지도원 김 모 소좌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원래 시(市) 보위부 반탐처는 국경지대에서 이뤄지는 외부와의 손전화(핸드폰) 통화를 단속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국 손전화 사용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막대한 뇌물을 챙기고 있습니다.

김 소좌 역시 앞에서는 청렴과 원칙을 내세우지만 뒤에서는 각종 비리를 저지르면서 뇌물을 갈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뇌물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에게 고문과 폭행을 가하는 등 악질적인 행태로 유명합니다. 때문에 회령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 소좌가 오빠시와 가장 가깝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오빠시는 땅벌의 일본어식 방언으로 보통 악질 보안원, 보위원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김 소좌에게 걸리면 그 누구라도 빠져 나오기 힘들 정도로 집요하고 잔혹하다고 합니다.

진행 : 그렇다면 김 소좌와 연관된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시죠.

기자 : 제보자 이 씨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 한 40대 남성이 중국 손전화로 한국과 통화를 하다가 체포된 일이 있었습니다. 김 소좌는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2번에 걸쳐 중국 돈 2만 위안(元, 약 327만 원)씩 갈취했고, 이 남성은 두 달 만에 겨우 풀려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 뿐 만이 아닙니다. 최근 회령시 남문동에 살고 있는 한 30대 여성이 같은 죄목으로 체포됐는데, 이 때 담당자도 김 소좌였다고 합니다. 이 여성의 남편이 아내를 빼내오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5천 위안(약 82만 원)과 7천 위안(약 115만 원)을 김 소좌에게 각각 줬다고 합니다.

북한형법은 “대량의 뇌물을 받은 자에 대하여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하고, 특히 대량의 뇌물을 받은 경우에는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다 허울 뿐이고, 북한에서 권력 남용으로 뇌물을 받아 사리사욕을 채우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진행 : 자신의 권력을 악용해서 막대한 뇌물을 챙겼다는 건데요. 그러나 뇌물을 받는 행위는 북한 보위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이미 보편화 되어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 중에서도 김 소좌가 특히 주민들에게 원성을 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 네. 가혹한 고문을 서슴지 않는다는 면에서 주민들의 공포는 더욱 커져갔는데요. 김 소좌는 남편이 돈을 찔러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앞서 조사한 30대 여성의 의지를 가늠하기 위해 더 가혹한 고문을 자행했다고 하는데요. 뇌물을 주었는데도 때리는 이유는 ‘만약 신소(伸訴)를 하면 끝까지 쫓아가서 때릴 것’이라는 일종의 공포감을 주기 위한 의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돈을 받고 나서도 밀대와 각목으로 급소부위에 심한 타격을 가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악질적인 지도원으로 더욱 소문이 나게 된 것이죠. 이 과정에서 회유나 협박을 일삼는다고 하는데요. 김 소좌는 자신이 담당한 주민을 풀어줘도 후환이 없겠다는 판단이 든 이후에 풀어주는 방식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행 : 북한에서 진행하는 회유나 협박이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하다고 들었습니다. 김 소좌는 어떤가요?

기자 : 먼저 김 소좌는 취조과정에서 손전화 출처를 대라고 강요하면서 ‘사실대로 이야기 하면 다 용서를 해준다’며 회유를 꾀합니다. 하지만 이건 술수에 불과하죠. 지속적인 회유에 속아 진술을 하면 거짓말을 했다는 명분으로 폭행을 가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일단 폭행을 시작하면 절대 약하게 하지 않습니다. 갈비뼈가 부러져 말할 수 없는 고통에 하소연을 해도 멈추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김 소좌가 폭행을 멈출 때는 한 가지 이유 뿐입니다. 바로 가족들이 원하는 자금을 바칠 때입니다. 그 전까지는 정말 죽기 직전까지 폭행을 가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진행 : 정상적인 국가라고 한다면 이렇게 마음대로 돈을 갈취하면서도 모진 고문을 할 수는 없을 텐데요. 김 소좌가 이런 악행을 벌일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기자 : 네. 김 소좌는 김정은의 지시를 아주 교묘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김정은이 지난해 ‘중국 손전화 사용자는 간첩으로 간주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그는 영리하게도 이를 자신의 돈벌이 기회로 활용했습니다.

“간첩으로 몰려 관리소(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기보다는 이런 방법이라도 써서라도 풀어주면 감사해 할 것이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진행 : 이런 상황도 당국이 맘만 먹으면 충분히 파악 가능할 것 같습니다. 왜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순순히 따르지 않는 자를 처벌하지 않는 건지 궁금하군요.

기자 :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만 보면 김 소좌는 충성분자입니다. 그는 회령시 보위정치부장으로 일하다가 사망(2011년)한 남편의 뒤를 이어 보위전사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의미로 보위부에 입대했다고 합니다.

그는 보위부에 입대한 첫날부터 당(黨)과 수령에게 충성을 맹세했고 원칙 앞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 맹수와 같은 존재로 두각을 보였습니다. 때문에 내부에서는 청렴과 원칙의 전형으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뒤에서는 음흉한 방법을 통해서 주민들에게 회유와 협박, 고문을 강행하고 있고 뭉칫돈도 두둑히 챙기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악녀’로 통하고 있습니다.

진행 : 주민들이 이런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없는 것인가요?

기자 : 주민들은 불만은 많지만 어디에다 하소연할 데가 없습니다. 주민 입장에서는 김 소좌의 비리와 잘못을 제보하는 신소를 하고 싶지만 ‘보복’을 우려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 김 소좌는 다른 보위지도원도 주민을 조사하게 만드는 방법을 택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 보위원도 적절한 뒷돈(뇌물)을 챙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또한 김 소좌는 당국에 바치는 상납금 마련에도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누구라도 잘못 고발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말 것이 뻔하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입니다.

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