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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위조지폐ㆍ마약 거래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북한민주화동맹> 황장엽(前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위원장이 자신도 당국 관리로부터 마약을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조선일보는 황 위원장이 최근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직접 보고 들은 위조지폐ㆍ마약의 제조와 거래에 대해 밝혔다고 16일 보도했다.
황 위원장은 “위조지폐는 김정일 서기실에서 직접 관장하고 있으며, 1990년대 초반 동남아나 유럽 등 북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뿌려지다가 감시가 심해지자 시장이 큰 중국에서 주로 유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994년 정무원 총리인 강성산이 나에게도 마약을 팔 수 없겠느냐고 부탁해 온 적이 있다”며 “강성산은 해군에 부탁해야겠다고 하더니 실제 90년대 중반까지 해군을 시켜 동남아 해역에서 마약을 팔았다”고 증언했다.
황 위원장은 김정일의 비자금에 대해서도 “마카오와 중국 광저우에 김정일 비자금을 관리하는 본부가 있는데 마카오 은행이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광저우 본부 한 곳에서 관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조사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 모르지만 광저우 은행도 불법 돈세탁에 관여했다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 경우 비자금 관리가 어려워진 김정일이 반발의 강도를 높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다음은 문답 요약
– 북한이 위조달러를 직접 제조하나?
위조지폐는 김정일 서기실에서 직접 관장하고 있다. 위조지폐 공장이 어디에 있는지는 나도 확실히 몰랐을 정도로 비밀이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동남아나 유럽 등 북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뿌려 왔다. 최근에는 이들 나라의 감시가 심해지자 시장이 큰 중국에 주로 유통시키고 있다. 중국이 최근 북한의 위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들었다
– 마카오 은행계좌가 동결되자 북한의 반발이 심하다
마카오와 중국 광저우에 김정일 비자금을 관리하는 본부가 있다. 마카오 은행이 제재를 받았기 때문에 현재는 광저우 본부 한 곳에서 관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조사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 모르지만 광저우 은행도 불법 돈세탁에 관여했다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 경우 비자금 관리가 어려워진 김정일이 반발의 강도를 높일지도 모른다.
– 마약 재배엔 북한 당국이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나?
1990년 초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각 도ㆍ국마다 백도라지(양귀비)를 심으라고 공식 지시를 내렸다. 그 후 농장마다 대규모로 아편을 심었다. 그러다 인공위성에 찍혀 외부세계에 공개되니까 일정 규모 미만으로 분산 재배하라는 지시를 다시 내렸다.
– 마약 가공은 어떻게 하나?
초기에는 엿가락 형태의 마약(아편을 1차 정체하면 시커먼 엿 형태의 모양이 된다고 함)을 동남아에 내다 팔았다. 별 이득을 못 봤다. 그 후 김정일의 지시로 함흥에 마약 가공공장을 현대적인 시설로 세웠다. 이 곳에서 완벽한 마약 가루로 만들어 전 세계에 팔고 있다.
– 주로 누가 어디에 파나?
1994년 정무원 총리인 강성산이 나에게도 마약을 팔 수 없겠느냐고 부탁해 온 적이 있다. 김덕홍씨(조선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 등으로 있다 황씨와 함께 탈북)를 시켜 동남아 마약 가격을 알아보게 한 적도 있다. 강성산은 해군에 부탁해야겠다고 하더니 실제 90년대 중반까지 해군을 시켜 마약을 팔았다. 북한 해군이 동남아 해역에서 팔았다. 동남아 국가들이 해상경비를 강화하자 판매루트를 중국으로 돌렸다. 지금은 대부분 중국에 내다파는 것으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