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北 진실·허위 밝힌 시대의 사상가”







▲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1997년 입국 당시 모습, 2009년 사무실 개소식 환영사때 모습, 2010년 영정사진(왼쪽부터).

내달 10일 ‘주체사상의 대부’ ‘비운의 망명가’ ‘탈북자의 아버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서거 1주기를 맞는다.


생전 황 전 비서와 철학적 가치, 북한민주화운동의 신념을 공유했던 3명의 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의 업적을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황 전 비서는 평소 그들을 ‘사상적 동지’라고 소개했다.


손광주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원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외교·안보전문지 NK비전 10월(통권 28호)에서 ‘황장엽 선생 서거 1주기: 그가 남긴 유산과 과제’란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남북간 모순 ‘자유민주주의 vs 전체주의’ 규정 


좌담회 참석자들은 북한과 통일 문제에 대해 명확하고 일관된 전략을 수립한 것을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았다.


손광주 연구위원은 “황 선생은 북한문제의 진실과 허위를 명쾌하게 밝혀냈다”며 “남북간 모순이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간의 모순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간의 모순이라 정리했다”고 말했다.


김원식 연구위원은 “황 선생의 최대의 업적은 북한 내지 통일문제를 민주주의 발전의 관점에서 조망한 것”이라며 “황 선생은 저서 ‘민주주의 정치철학’를 통해 현 시대의 기본 추세가 세계화이고, 현 시대의 기본과제는 세계 민주화라는 명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족문제의 틀을 넘어 북한, 통일문제를 거시적인 세계 민주화 과정, 민주주의 발전 과정의 일환으로 해석했다는 것이 황 선생님이 우리에게 준 이론적인 기여”라고 평가했다.


그는 “황 선생은 당면해서는 북한을 민주화하고 북한 인민들을 구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또 한국에서는 개인중심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남한의 민주주의를 심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가 세계민주화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셨던 분”이라고 업적을 기렸다.


김영환 연구위원도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경우 북한문제에 대한 전략과 해법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갖고 있다”며 “그러나 황 선생은 북한민주화에 관한 방향, 전략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가지고 계셨다. 북한민주화운동의 기본 줄기를 명확히 했다는 것에서 큰 성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중국식 개혁개방 주장…北문제 해결위한 국제 협조 호소  


황 선생은 특히 생전에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남한 뿐 아니라 중국 등 국제사회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황 선생은 2010년 6월 대학생 세미나에서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가는 것이 가장 옳은 방향이며, 이렇게 되면 중국과 김정일 집단을 떼어놓게 될 것이다. 핵무기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북한 정권의 체제 변화 없이는 한반도의 안정이 있을 수 없다는 정당성을 자꾸 세계에 알려야 한다. 중국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환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현실적으로 북한에 영향을 주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나라 또한 중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촉구하는 바가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중국이나 우리나 북한의 개혁개방과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적인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원식 연구위원은 황 선생이 중국의 역할에 관심을 가진 이유에 대해 “황 선생은 북한문제 해결을 세계민주화 과정의 한 고리로 생각했다”면서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국,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고, 이를 통해 미중간의 협력구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 향후 동북아 지역의 평화, 세계 민주화에 기여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손광주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 “미국 대북정책의 80%가 북핵문제지만 핵문제는 북한체제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해결이 어렵다”면서 “북한문제를 다룰때 북한의 개혁개방과 인권문제에 80%의 비중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체철학’ 北 독재사상과 분명히 달라…수령 지배위해 정치적 오용


황 선생의 ‘인간중심철학’이 사상계에 미친 영향과 독창성에 대한 평가도 이뤄졌다.


김원식 연구위원은 “인간중심철학은 철학의 사명을 ‘인간 운명 개척이 길을 밝히는데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론을 위한 이론이나 지식을 위한 지식을 배척하고 운명개척에 이바지하려는 실천성이 깊이 깔려 있는 철학”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환 연구위원은 19세기 자연과학의 영향을 받은 철학이나 마르크스주의는 인간의 주관적인 요소를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인간과 인간정신의 주동적 역할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고서는 인간이 수행하는 사회적인 활동이나 사회적인 현상을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원식 연구위원도 “우리사회에서 북한문제는 진보-보수를 가르는 리트머스처럼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황 선생에 대한 평가나 관심도 상당히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지 않았나”라며 황 선생 철학에 대한 관심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황 선생의 인간중심철학인 ‘주체철학’이 김일성주의의 근간이 돼 독재의 수단이 됐다는 일각의 오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황 선생의 사상은 김일성 사상인 ‘민족공산주의’와 김정일에 의해 만들어진 ‘수령론’과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환 연구위원은 김일성사상은 스탈린주의에 민족주의의 외피만 살짝 입힌 것에 불과하며, 수령론은 60년대 후반부터 김영주(김일성의 동생), 김정일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황 선생이 만든 주체철학과는 명확히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원식 연구위원도 “북한의 주체사상은 주체철학, 마르크스주의의 계급주의, 수령론 등 세 가지 이질적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며 “황 선생의 주체철학 내용들이 북한이라는 독재체제 상황 속에서 수령의 지배를 위해 정치적으로 오용됐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北 내부 혁명적 잠재력 발전되고 있어


이날 토론회에서는 황 선생의 생전 이루지 못했던 북한민주화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진단도 이뤄졌다. 김영환 연구위원은 중동국가의 민주화 바람을 상상하기 어려웠듯이 북한에도 어느 날 폭발적으로 혁명적 분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폭발적인 계기에는 우연적인 요소가 많아 시기나 구체적 과정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10년 전만 해도 폭동이나 쿠테타가 일어난다고 했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김정일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고 예측됐는데, 최근에는 그런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지 의심스럽다”며 “혁명적 잠재력이 조금씩 발전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