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출산 아이 거리에 버리는데 北당국은 다산만 다그쳐”

진행 : 최근 여성의 양육포기 현상이 북한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원치 않던 아이를 출산한 이후 길가에 버리는 일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북한 당국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설송아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얼핏 보면 여성 윤리문제로 볼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북한에서 싫든 좋든 여성들은 시장에서 활동해야 합니다. 북한 시장화에 성 개방 풍조라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혼전 임신도 늘었고 혼외 출산도 심각해졌습니다.

여기서 미혼여성들이 임신하거나 출산했을 경우 사회적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다산정책으로 피임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더욱 여성들을 옥죕니다. 북한 당국은 ‘여성은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라며 나라와 가정에 충성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성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미흡하다보니 아이를 버리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되는 겁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 여성을 통해 북한 사회 부조리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행 : 남한에서는 출산했어도 미혼모는 법체계 아래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는 그렇지 않은가 보네요.

기자 : 한국에 정착하면서 미혼모라는 용어에 놀랐거든요. 미혼녀가 출산했다면 비도덕적인 여자로 찍히는 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북한이 그렇거든요. 그런데 한국은 미혼모 출산비용은 물론 아기의 입원비도 국가복지로 지원해주지 않나요.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지만 정서적 혼란과 경제적 부담을 국가정책으로 부담하는 사회복지에 감동했습니다.

북한에서 미혼자가 출산할 경우 양육은 생각도 못하고요. 당황한 부모님이 비밀리에 입양 보내기라도 한다면 다행입니다. 최근 성 개방문화로 북한 여성들의 혼전 임신이 속출하면서 태아를 강제 낙태하거나 출산해 길가에 버리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에 북한 당국은 자본주의 날라리풍을 뿌리뽑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진행 : 미혼모가 낳은 유아도 생명권이 있고 국가는 이를 존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네요.

기자 : 정말 살기 어렵다면 고아원에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버려서 죽게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니까요. 일단 등록은 가능한데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고아원에서도 굶어죽기도 하거든요.

또한 입양을 보내려고 고아원을 찾는 사례는 없습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도 망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무자녀 가정을 수소문해 입양 보내는 게 그나마 인간적인 선택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할 수 없는 미혼모들이 유아를 요에 싸서 거리에 버리는 건데요. 평안남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한 백화점 사거리에 애기 울음소리가 새벽부터 들려 아파트 주민들이 몰려 나갔었는데 방금 낳은 핏덩이가 꽃 포대기에 쌓여있었다”며 “애기 옷도 잘 입힌 걸 보니 돈 좀 버는 처녀애가 낳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진행 : 그래도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후 그 아기는 어떻게 됐나요?

기자 : 네. 소식통에 의하면 다행히 살아있어서 지역 인민반장이 동사무소에 안고 갔다고 해요. 하지만 동사무소도 방법이 없죠.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결혼 5년 차 불임여성에게 반강압적으로 입양시켰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가정이 째지게 가난했다는 점인데요. 아내가 옥수수를 손수레로 끌어 시장에 팔아 하루살이 먹고 살았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자식을 원했던 이 여성은 중국제 분유를 시장에서 구매해 아기에게 먹이며 양육했는데요. 정성을 들였지만 영양실조로 6개월 만에 죽었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진행 : 참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아까 돈 좀 버는 처녀애가 낳았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아이를 길러도 되는 것 아닌가요? 좀 이해하기 힘드네요.

기자 : 좀 전에 말씀 드린 것처럼 한국처럼 미혼모 보호제도가 없습니다. ‘불건전한 여자’라는 사회적 비난을 자처하기란 결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여성들의 권리보다 의무를 강요합니다. 북한당국이 발행한 『조선녀성』에는 “우리 녀성들도 힘 있는 존재”라면서도 “녀성들이란 집안일이나 하고 남자들의 시중이나 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노력적 성과로 보여주자”고 독려합니다.

여기서 당국이 지적하는 여성들의 ‘노력적 성과’는 노동력 부분도 있지만 충성자금 상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미혼자, 혼외 여성들이 원치 않은 출산아를 버리는 것이 ‘나를 위하고 사회를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인식합니다.

진행 : 북한 사회는 변화하고 있는데, 당국의 인식은 그 변화를 따라가고 있지 못한 것 같네요.

기자 : 최소한 성교육만 제대로 받았어도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지진 않았을 겁니다. 시장화의 발달로 외국 문물이 유입되면서 성은 자꾸 개방되어 가고 있지만, 당국은 자본주의 황색이라는 법적 처벌만 강화하니 문제가 근본적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겁니다.

또 다산정책이 강조되면서 피임을 억제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성들만 희생자가 아닐까요. “남자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이 최근 통화한 평안북도 주민(40대 여성)의 말입니다.

이 여성은 혼외 출산을 하게 됐다고 해요. 남편과는 이혼했고요. 아이 아버지와 재혼이 실패하면서 양육을 맡게됐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법이 마련돼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부는 이혼하면 정말 끝이거든요. 합법적으로 이혼해도 모든 비용에 대한 책임은 양육을 맡은 여자 몫입니다. 하물며 혼외 출산아는 하소연 할 곳도 없다는 말입니다.

이는 사회 부조리로 고통 받는 북한 여성들의 현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