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즐기는 북한 단속원들… “내 메모리에 좀 넣어달라”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상 재생기 노트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 1.
평양시 모 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성철(가명·50대) 씨는 무료하게 조선중앙TV 보도를 보고 있었다. 사실 집중해서 보기 보다는 저녁 준비에 바빠 그냥 틀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담당 보위원이 집에 들이닥쳤다. 보위원은 한 씨에게 “아 뭐 이런 것 보나” 핀잔을 줬다. 충성심을 평가한다고 판단한 한 씨는 “저녁에 당(黨)의 목소리 듣는 것이 제일 좋은데 왜 그러나” 슬기롭게 답변했다. 칭찬의 말을 예상했지만 돌아오는 건 욕설에 가까웠다. “아니 너 진심의 소리야.” 이 보위원은 또 “한국 거 수준 높은데, 그거나 보자”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서서히 동네에 퍼지기 시작했다.

# 2.
양강도 모 지역에서 밀수를 하고 있는 김향미(가명·30대)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느 날, 보위원이 대뜸 찾아와 “날 믿어달라. 걸리지 않게 해주겠다”면서 자기 메모리(USB나 SD카드)에 한국 영화를 넣어 달라고 은밀히 요구해 왔다. ‘함정’이라고 판단한 김 씨는 펄쩍 뛰었다. 그러자 이 보위원은 “나 같은 사람한테 줘야 안 걸리지. 밑에 것들(하급 간부)한테 주면 걸리잖니”하면서 넣어달라고 재차 부탁했다.

최근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 및 불순물 녹화물 시청을 단속하는 보위원들이 오히려 한류(韓流)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위 사례와 같이 밀수꾼이나 전문적으로 배포하는 사람들에게 한국 영화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처럼 보위부원이 오히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즐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영화도 잘 안 본다. 무조건 한국 영화다. 이에 대해 평양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어느 보위원이 “야~ 한국 수준 높구나. 중국이랑 대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손전화(휴대전화) 통보문(문자 메시지) 단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보위부 등에서 조직된 단속원들이 시장 등지에서 젊은 청년들을 붙들고 한국 말투로 통보문을 주고받는 걸 잡아내는데, 단속원이 어느 청년에게 “야 이놈의 XX야. 너 그거 한국 거 봐서 그렇게 말하는 구나”라는 말도 종종 들린다고 한다.

다만 이를 문제를 크게 키우거나 처벌하기는 좀 어려운 분위기다. “원래 내 말투다” “그럼 당신네들은 이게 한국 말투인지 어떻게 아나”라고 오히려 대드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손전화 단속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이제 면역이 돼 잘 안 걸리는 추세다.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속된 검열에) 다들 많이 준비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렇다고 한류에 대한 검열이나 단속이 약화되고 있는 건 아니다.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한류 통제는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소식통은 “비사(비사회주의) 단속은 이제 안 하는 분위기지만, 대체로 일 안 나가는 무직꾼들, 그리고 불순녹화물 단속은 그래도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한국 영화 시청을 단속하고, 한국 영화는 예심도 없고 그냥 곧장 추방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조선(한국) 대통령이 오고 가면 뭐하겠는가? 한국 영화 시청은 북남(남북)관계 상관없이 처벌이 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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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