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의 중앙대학이 지난 10일 일제히 개학했다고 소식통이 밝혔다. 이에 앞서 방학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중앙대학의 학생들은 이달 초 긴급하게 평양으로 소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8월 말까지 방학을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밀린 수업 진도와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 준비 일정을 고려해 평양 중앙대학만 먼저 개학하도록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13일 “두 달간 방학 포치에 고향으로 내려가 있던 평양 중앙대학 학생들이 갑작스러운 개학 지시로 8월 1일부터 2~3일간 평양에 도착했다”며 “이후 3일부터 8일까지 대학별 전염병(코로나19) 검사가 진행됐고, 9일 하루 휴식한 뒤 10일부터 강의가 시작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평양 중앙대학 개학은 당 선전선동부의 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 준비 지시로 긴급하게 이뤄졌다. 실제 최근 고등교육성은 9월 4일부터 당 창건일 행사 대학생 종대와 배경대(카드섹션) 참여를 위해 대학별로 준비시키라는 당 선전선동부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성은 중앙대학 학생들이 기념일 행사 준비에 동원되면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밀린 강의를 보충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올해 교육과정 수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개학 일정을 앞당기는 결정을 내렸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에 북한 당국은 지방에 내려가 있던 중앙대학의 학생들을 급히 평양으로 올려보내기 위한 만대열차(전용열차)를 조직해 학생들을 빠르게 수송하도록 조치했다고 한다.
특히 각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평양에 들어오자마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했는데 다행히 의심자나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결핵을 의심할 만한 증상을 보이는 30여 명의 학생이 발견돼 따로 격리하고 병원에 의뢰해 추가적인 검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철저한 방역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각 대학에서는 강의 시간에도 마스크를 필수 착용하도록 하고, 매일 등교 시에는 대학 정문과 강의실 입구에서 각각 체온을 확인해 발열 증세를 보이면 즉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평양 중앙대학의 학생들은 예정에 없던 이른 개학에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교육성은 대학들에 강의 진도를 더 당기라고 다그쳤다”며 “이전에는 90분씩 세 강의를 오후 1시까지 진행하고 이후에는 복습, 자습, 실습, 과제를 하게 했다면 지금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만강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은 교원들이 과제라도 내주면 밤잠도 못 자고 해야 할 정도라 죽을 맛이라고 한다”며 “여기에 더해 당 창건 75돌 기념행사 연습에 동원되는 9월 한 달은 더 죽어나야 한다며 고생을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학생들은 당 창건일 행사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는 1호 행사로 진행되면 연습이 더 고될 수 있다면서 아픈 것처럼 속여 진단서를 제출하거나 대학 초급당에 뇌물을 주고 동원에 빠지고 싶다는 속마음을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여전히 방학 중인 지방의 대학생들은 일손을 보태거나 집에서 과제를 하면서 개학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는 9월 1일 개학이지만, 현지에서는 상황이 유동적이라 이달 마지막 주에 중앙에서 별도 언급이나 지시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