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남북 축구 경기가 열린지 보름이 지난 가운데 평양 주민 들 사이에서 ‘무관중 사태’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부 간부들은 남측 때문에 무관중 경기가 진행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남북 축구 경기 사실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최고지도자, 즉 김정은 국무위원장 결정사항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정보에 민감한 주민들은 북남(남북) 축구 경기 사실을 거의 다 알고 있다”면서 “아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북남 축구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도 남북 축구 경기가 치러진 사실이 공식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축구 경기 사실을 알고 있는 일부 간부나 체육 관계자를 통해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노동신문이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등 북한의 대내용 매체들도 지난달 치러진 남북 축구에 대한 결과를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이 레바논과 치른 H조의 다른 경기를 녹화 실황 중계하고 노동신문에 결과를 보도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대외용 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15일 밤늦게 “치열한 공방전 속에 벌어진 북남 축구경기는 0-0무승부로 끝났다”고 단신으로 처리했을 뿐이다.
소식통은 “위에서는 (남북 축구 경기 사실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다. 앞으로도 알려주지 않을 것”이라면서 “더욱이 이번 북남 축구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진 사실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리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축구 경기를 알리지 않은 채 관중도 없이 조용히 치렀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설명할 만한 명백한 핑계거리가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주민들은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느냐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북남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치적 사안도 아닌 남북 간 체육 경기를 왜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치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 시민들은 무관중으로 남북 축구 경기가 치러진 이유에 대해 ‘김 위원장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소식통은 “일부 체육 관계자들은 남측 때문에 무관중으로 비공개 경기를 치를 수 밖에 없었다는 핑계를 대지만 평양 사람들 대부분은 왜 그렇게 됐는지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뿐더러 모든 것은 최고지도자의 선택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평양 주민들 사이에서 남북 축구 경기 사실에 대한 소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당국은 현재까지 특별한 단속을 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위에서도 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만 단속할수록 더 말들이 많아지니 아직 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만약 소문이 지방까지 확산되거나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당국도) 소문 차단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