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평양에 있는 상당수의 국영기업소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대 구리(동) 생산지인 양강도 혜산청년광산 등도 생산이 중단됐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이는 해당 기업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돌연 직업이 잃었다는 뜻으로, 북한의 경제난이 상당히 심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평양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3월 첫 주에 평양의 앞에 숫자가 들어가는 대부분의 공장이 문을 닫았다”면서 “한마디로 많은 국영 기업이 문을 닫았다는 것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만 수만 명 이상은 되는데 한순간에 거리로 나앉게 됐다”고 전했다.
평양에는 300여 개의 기업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명칭에 숫자가 들어간 기업소는 평양326전선공장, 5월7일공장, 8월17일부재공장, 7월28일요업공장, 6월1일 청년전기기구공장, 10월5일 자동화기구공장, 9월27일닭공장, 대동강축전지공장(245호공장), 평양탄광기계공장(3월30일 공장) 등이다.
북한에서 기관 명칭에 들어간 숫자는 김일성, 김정일 현지지도 날짜이거나 기념일이다. 즉 이 기관들은 북한 당국이 특별히 관심을 두는 주요 기업소로, 이곳의 가동 중단은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소식통은 “조미(북미)회담에 희망을 걸고 2월 말까지 기업소들이 자력갱생으로 버텼지만 회담 결렬에 희망을 잃었다”면서 “당국은 국영 기업소들을 (억지로) 버티게 했지만 ‘(당국이) 이제는 그럴 여력이 없어 문을 닫게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조미회담 결렬 소식도 알 만한 사람은 안다”며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북한) 주민들에게 과업을 한껏 자랑하려고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애꿎은 국영 기업소 일꾼들만 직장을 잃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북한이 재원의 상당 부분을 평양과 주요 기업소에 집중 투자했던 만큼 지방 기업소의 사정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본지 조사에 따르면 양강도 혜산의 기업소 상당수는 제대로 운영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강도 소식통은 24일 “혜산지역 20여 개의 국영기업소와 임산사업소 등에서도 노동자 노임(월급)과 식량을 제대로 못 주고 있다”면서 “중국과 합영경영을 했던 마산광산도 합영이 중지되면서 생산이 멈춰 노동자들의 생활이 막막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은 국가 우선 공급 대상인 권력기관마저 배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도로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영기업소마저 문을 닫아 기업소로부터 나오는 식량이 끊기게 됐다는 뜻이다.
결국 이로 인해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태다.
소식통은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원수님(김정은 위원장)이 선전일꾼 대회를 통해 권력을 내려놓을 것처럼 말했는데, 이는 ‘내가 능력이 되지 않으니 너희들(북한 주민)이 알아서 살길 찾으라’는 뜻이라는 평가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평양에서 개최된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수령의 혁명 활동과 풍모를 신비화하면 진실을 가리우게(가리게) 된다”며 “수령은 인민과 동떨어져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하는 인민의 영도자”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노동자들과 일반 주민들의 불만이 민심이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편, 앞서 조선일보는 평양방직공장, 평양필름공장, 평양곡산공장, 평양타이어공장, 평양베어링공장을 비롯한 대형 공장들이 전기·자재 부족 문제로 이달 초 가동 중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