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종합병원 건설군인 현지서 절도행각”… ‘지원물자’는 어디로?

소식통 "간부들 착복에 물자 부족 직면...상급 전사가 도둑질 종용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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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7일 진행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착공식에서 직접 첫삽도 뜨고 발파 버튼도 눌렀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평양종합병원 건설 당창건 기념일(10월 10일) 완공을 목표로 대규모 건설 병력이 평양 시내에 주둔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이 시작된 이후 주변 살림집에 절도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급되는 식량으로는 제대로 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말단 하전사들이 이 같은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평양종합병원 건설 지역인 문흥동 주민들이 도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건설에 동원된 근위영웅려단(여단)과 8총국(8건설국) 군인들이 살림집에 침입해 먹을 것은 물론 밥가마(밥솥), 녹화기 등 가전제품까지 털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군인들은 주로 새벽 1시 이후에 살림집을 침입하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를 침입할 때 외부에서 삼발이 고리를 난간에 던져 밧줄을 타고 올라간다.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 ‘침투훈련을 도둑질에 쓰냐’는 비아냥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주로 혼자 사는 집이나 사람이 없는 집을 노린다. 평소에 주민들의 동태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집에 사람이 있는데도 침입해 일가족 6명과 패싸움을 벌인 일도 발생했다고 한다.

특히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군인들이 훈련에 사용되는 가스를 살포했다는 주장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들이 집에 들어와 특수 가스를 뿌렸다. 이후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안 움직여 눈뜨고 도둑질을 당했다”는 것이다.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에 각지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마련한 지원물자가 연일 도착하고 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1면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군인들이 절도에 나선 이유는 ‘물자 부족’이 꼽힌다. 전국 각지에서 지원물자가 쏟아져 들어오고 지역 내에서도 음식을 마련해 주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인원에게는 돌아가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은 현재 당국이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국가대상 건설이고, 이를 위해 주민들에게 건설장에 제공할 식량 조달 과제까지 내린 상황이지만 실제로 말단 하전사들에게까지 배급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건설군인들에게 제공된 배급은 대부분 간부들이 차지했고, 상급 전사들은 하전사에게 물건이나 식량을 구해오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당국은 평양종합병원이 인민에게 안겨주는 사랑의 선물이라고 선전하고 있지만, 건설장 군인들의 절도 행위가 계속되자 불만을 드러내는 주민들도 생겨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병원 건설로 인해 군인들 배급 과제도 인민들이 맡았는데 거기다 약탈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니 차라리 병원을 안 짓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지만 위(당국)에서 챙기는 건설이니 별 대책이 있겠나. 각자 조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각 가정에서 창살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