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초복(初伏)을 앞두고 평양 주민들의 여름 보양식으로 쓰일 개고기를 확보하기 위해 지방에서 개 수매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국가가 평양시민들의 여름 건강보양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천군을 비롯한 지방의 여러 군에서 15kg 이상으로 자라 육(肉)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엄지(어미) 개들을 회수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려 시급한 개 수매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구체적으로 평양시의 이름난 개고깃집 36곳으로 개를 집중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박천군은 그중에서도 평양시 대성구역의 개고깃집에 대한 재료 보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천군당은 “평양시민들이 초복 날 첫 개고기국을 먹을 수 있게 식당운영을 활발히 하는데 지방군들이 도와줘야 한다”면서 이번 지시 관철을 책임지고 나섰으며, 군 인민위원회 간부들은 군내 15~18kg짜리 개를 수매해 지난 7일 총 720kg을 평양으로 직송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박천군당과 군 인민위원회 일꾼들은 이번 수매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에게 “지금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평양시민들의 식생활 걱정 때문에 밤잠도 미루신다. 원수님의 심려를 덜어드리는 데 지방 사람으로서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선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소식통은 “문제는 돈을 지불할 대신 ‘10월 10일 전까지 군당에서 책임지고 약속을 꼭 지킨다’면서 쌀이나 중국산 기름으로 바꿀 수 있는 수매증을 한 장씩 쥐여 주고 외상으로 가져갔다는 것”이라며 “개를 가진 주민들은 낮은 값에 지방 식당들에 팔아넘기는 것보다 쌀과 기름으로 환산한 게 더 이득이라 외상으로라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방의 개고깃집에서는 가뜩이나 개를 기르는 주민들이 적어 사정이 빡빡한데 개가 급작스레 다 사라지고 개고깃값이 비싸져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일반 지방 주민들 사이에서도 여름 보양식으로 개를 잡아 가족들끼리 모여 앉아 먹으려 했는데 그렇게 할 수 없게 됐다며 씁쓸해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도 주민들은 ‘전에 개고깃값이 비싸서 개가 건너간 물이라도 마신다는 말이 퍼졌는데 지금은 개가 장화신고 건너간 물도 못 마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평양시 주민들만 사람이고 지방 사람들은 사람도 아닌가’ ‘아직도 봉건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불평불만들을 내뱉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