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서 고열로 주민 사망…생활총화 하다말고 비상회의 돌입”

소식통 "사망자 아파트 소독 작업 등 지시…삼석구역 등 지역서 흙탕물 수도 사태도 다뤄"

옥류교
평양 옥류교./ 사진=조선의 오늘 홈페이지캡처

지난 15일 북한 평양에서 고열 증세를 보이던 한 주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 당위원회는 이번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시작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당(黨) 생활총화를 급히 중단하고 긴급 비상 방역회의에 돌입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15일 오전 생활총화 도중 갑자기 두 가지 긴급 안건으로 평양시 당위원회 비상회의가 진행됐다”면서 “그중 하나는 최근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이 발열 증상을 보이다 사망한 것과 관련해서 방역 대책을 세울 데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긴급회의 안건으로 올라온 평양시민 사망 사건은 당일인 15일에 발생했다. 사망자는 대동강구역 문흥2동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오 모 씨로, 그는 2018년 카타르에 건설노동자로 파견됐다가 지난달 중순 중국을 통해 귀국한 뒤 이달 초부터 고열 증세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시 당위원회는 이날 오 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곧바로 진행 중이던 생활총화를 중단하고 비상회의를 소집했으며, 여기에 대동강구역 비상방역지휘부 일꾼들까지 참석시켰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긴급회의에서는 사망자 발생에 따른 방역 대책과 관련해 ▲사망자의 자택은 물론 아파트 계단과 승강기에 긴급 소독을 시행할 것 ▲사망자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전원(약 500명)의 출입을 3일간 금지할 것 ▲향후 일주일간 아파트 주민들의 발열 상황을 조사하고, 이를 매일 비상방역지휘부에 보고할 것 등의 지침이 하달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 씨가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으나, 북한 당국은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여부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사망 이후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져 부검이 진행됐는데, 병원에서는 급성 페염(폐렴)으로 인해 사망했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평양시 당위원회가 비상 방역 회의를 하고 소독까지 하는데도 코로나비루스가 아니라고 하니 사람들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 씨의 시신은 부검 직후 가족의 동의 없이 화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앞서 최근 북한 당국이 모든 사망자에 대해 화장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보기: “北, ‘신종 코로나 비루스 예방한다’면서 모든 사망자 화장 지시”) 이에 일부 주민들은 ‘가족이 죽어도 시신조차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는 처지’라며 씁쓸함을 내비쳤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15일 진행된 비상회의에서는 평양시 수도 위생과 관련한 안건도 다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평양시 삼석구역과 룡성구역 4개동의 수도에서 흙탕물이 나와 주민들이 앙금을 가라앉히고 윗부분을 퍼마시는 비위생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이날 회의에서 관련 대책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평양시 당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흙탕물 수도 사태가 발생한 구역에서는 주민들이 100℃ 이상의 열로 물을 끓여 마시도록 철저히 관리하라’는 지시와 함께 ‘관할 상하수도사업소와 방역소를 동원해 5일간 수도관 소독 및 보수 작업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소식통은 “흙탕물 수도를 마신 사람들이 발열과 복통을 호소해 지금 구역 인민병원에 환자들이 차 넘치고 있다”면서 “병원에서는 장티푸스라고 말했다는데, 주민들은 ‘겨울에는 물속에 균이 못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의심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