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성에 불어닥친 건설 경기 ‘한파’…매매가도 ‘반토막’

소식통 “당분간은 부동산 경기 둔화 이어질 듯”

평양 과학자거리 아파트 내부. /사진=북한사이트 류경 캡처

북한 무역수지 적자, 장마당 경기 둔화 등 북한 내부 경제 침체 정황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 살림집 건설 사업도 예년보다 위축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평성 살림집 건설이 이전처럼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옥전, 중덕, 양지, 은덕 등에 몇 채 건설하는 것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전처럼 많이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도의 다른 소식통도 “해마다 봄철이면 살림집이나 기업소나 도로 등 건설 공사를 많이 했는데, 올해는 건설 사업이 많지 않고 살림집 건설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북한의 살림집 건설은 개인이 국가의 명의를 빌려 투자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돈주(錢主)가 20세대의 아파트 한 개 동을 건설한다면 국가 기관에 아파트 한 채를 주기로 계약하고 명의를 빌린다. 보통 아파트 한 개 동을 건설하면 30~40%의 이윤이 발생한다고 한다.

때문에 돈주들의 입장에서는 든든한 당국의 뒷배까지 보장된 쏠쏠한 ‘투자처’ 였다. 그러나 최근 이런 돈주들도 아파트 건설 사업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장사 속이 밝은 돈주들이 먼저 수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살림집 건설 경기 침체엔 일단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집 건설 자재는 시멘트, 철근, 목재, 자갈, 모래 등인데 이 같은 자재는 국내 조달이 가능해서 제재에 큰 영향을 받고 있진 않다”면서도 “살림집 건설 자재 중에서도 디젤유나 휘발유 및 내부 자재 등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이 있어 제재 영향을 일부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구매력 약화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살림집 구매의 주요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돈주들이 외화난에 따라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경제 봉쇄를 받으면 돈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살림집을 사지 않으려고 한다”며 “살림집을 건설할 때 사려는 사람이 집값의 절반을 미리 내고 공사를 시작하는데 요즘은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아파트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노동자구 아파트(2019년 2월). /사진=데일리NK

수요 위축에 따라 집값도 덩달아 하락세라고 한다. 소식통은 “집값이 제일 많이 올랐던 시기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였는데 지금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집을 팔아 그 돈으로 장사 밑천을 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또 집을 저당 잡아 돈을 빌려 쓰고 갚지 못해 집을 내놓은 사람이 많은 것도 집값을 떨어지게 하는 원인”이라면서 “돈이 없으니 분가했던 사람들마저 다시 합치는 경우가 많아 집 가격이 상당히 내려갔다”고 덧붙였다.

실제 본지 조사 결과 북한 최대 물류도매지로 알려진 평성시에서 살림집 가격이 예년과 비교해 볼 때 반토막이 났다.

평성시 외곽 지역은 약 5천 달러, 농촌 지역은 약 1천 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각각 8천, 2천에 매매가 이뤄진 것에 비해 약 50% 하락한 셈이다.

특히 중심구역은 하락세가 더욱 가파르다. 평안남도 평성시 역전동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초 10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그 뒤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즉 지난해 말 5만 달러까지 떨어졌고, 지금은 3만 달러에도 사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향후 살림집 건설 경기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앞선다. 소식통은 “살림집 건설은 계속하겠지만 당분간 전보다는 활성화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