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남북의 대결장으로 정치화하는 북한 당국의 행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스포츠를 체제 선전, 수령 우상화에 활용하는 이 같은 모습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입지를 더욱 좁힐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5일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이 진행한 ‘주간 북한미디어’ 분석에서 “입만 터지면 ‘우리민족끼리’, ‘민족자주’, ‘외세배격’을 운운하는 북한이 남북 사이의 스포츠경기 결과를 보도하면서도 마치 전장에서 싸운 격전처럼 묘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6일 1면에 제7차 세계군대경기대회에 참가한 북한 여자축구팀의 결승 진출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나라(북한) 팀은 남조선(한국) 팀을 2:0으로 타승하고 대회 결승경기에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신문은 이튿날(10월 27일) ‘우리나라 여자축구팀 제7차 세계군대경기대회에서 영예의 제1위 쟁취’라는 제목의 기사를 2면에 싣고 “우리 선수들은 중국팀을 2:1로 이기고 제7차 세계군대경기대회 여자축구경기에서 단연 1위를 하고 조국의 영예를 떨치었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달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남북 축구경기에 대해 일절 보도하지 않던 북한이 여자축구팀의 경기 결과는 대대적으로 보도한 점, 중국에는 ‘이기다’, 한국에는 ‘타승하다’라면서 표현에 차별성을 둔 점 등에 주목했다.
그는 “경기에서 이기면 ‘적을 타승’한 것으로 돼 보도도 크게 하고 선수들도 표창하지만, 경기에서 지면 ‘적에게 패배’한 것으로 돼 경기 결과를 보도조차 할 수 없다”면서 “‘체육중시’로 체제를 선전하려는 의도와 달리 북한의 비상식적인 대응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입지를 점점 줄어들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태 전 공사는 “스포츠를 남북 대결장으로 정치화하는 북한의 이러한 스포츠정책 때문에 얼마 전 아시아축구연맹은 다음 달 AFC컵 평양 개최를 취소하고 중국 상해로 급히 변경하기로 결정했다”며 “북한은 이제라도 스포츠를 수령 우상화에 이용하는 정책을 버리고 정상국가로 돌아와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최근 북한 노동신문은 매일 같이 김정은의 영도 밑에 북한이 체육강국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10월 27일자 북한 노동신문은 ‘우리나라 여자축구팀 제7차 세계군대경기대회에서 영예의 제1위 쟁취, 우리나라의 양대봉, 김은송 선수들 우승 쟁취’라며 북한 스포츠팀이 세계 경기들에서 거둔 성과를 보도하였습니다.
노동신문 10월 26일자도 ‘우리나라 여자축구팀 남조선팀을 2대 0으로 타승하고 결승경기로 진출’이라고 크게 보도하였습니다.
지난 10월 15일 평양에서 진행된 월드컵 예선 남북 축구경기 대회에 대해서 일절 보도하지 않던 북한이 이렇게 스포츠경기 결과를 매일 보도하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리고 북한과 같이 열악한 곳에서 훈련하여 세계 경기에 나가 이긴 북한 선수들의 모습도 정말 대견합니다.
그런데 북한 노동신문이 같은 여자팀 축구경기 결과를 보도하면서 중국팀은 ‘이기고’, 같은 동족인 남조선팀은 ‘타승했다’라고 보도하였습니다.
입만 터지면 ‘우리민족끼리’, ‘민족자주’, ‘외세배격’을 운운하는 북한이 남북 사이의 스포츠경기 결과를 보도하면서도 동족에 대해서는 마치 전장에서 싸운 격전처럼 묘사하니, 경기에서 이기면 ‘적을 타승’한 것으로 되어 당연히 보도도 크게 하고 선수들도 표창하지만 경기에서 지면 ‘적에게 패배’한 것으로 되어 경기결과를 보도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스포츠를 남북 대결장으로 정치화하는 북한의 이러한 스포츠정책 때문에 얼마 전 아시아축구연맹은 다음 달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AFC컵 평양 개최를 취소하고 중국 상해로 급히 변경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아시아 축구연맹은 ‘축구개발과 홍보를 장려하고 어떤 지역에서나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AFC컵 개최장소를 평양으로부터 상해로 변경한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지난 10월 15일 북한은 한국 축구팀과 한 카타르 월드컵 예선경기를 중계는 물론 관중도 없이 하여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월드컵 예선전’이라는 오명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경기에 참가 했던 한국팀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살아 돌아온 것에 감사’까지 표시하여 축구가 아닌 전쟁을 한 것 같았다는 것을 전 세계가 다 알게 되었습니다.
‘체육중시’로 북한체제를 선전하려는 의도와는 달리 북한의 비상식적인 대응은 오히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북한의 입지를 점점 줄어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제라도 스포츠를 수령 우상화에 이용하는 정책을 버리고 정상국가로 돌아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