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부적응 문제 심각한 수준”

한국에 입국한 탈북 청소년들은 또래 집단과의 관계 문제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커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과 정착과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원에 입소한 청소년에 대한 위탁교육을 맡고 있는 한겨레학교 곽종문 교장은 30일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 국제심포지엄에서 “대부분의 탈북 아동들은 탈북과 제3국 도피과정에서 겪은 충격 등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 북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 남한사회에서의 외로움 등을 해소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새터민 아동문제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표에서 나선 곽 교장은 “언어 부적응은 전반적인 남한사회 적응의 걸림돌이 된다”며 “대화에서 장애를 느끼게 되면 사람 접촉을 기피하고,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행동으로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곽 교장은 2004년 탈북청소년 79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설문조사를 인용, 약 15%만이 남한 친구들에게 자발적으로 자신이 북한 출신임을 소개하는 등 탈북 청소년들은 친구들의 ‘차별’을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에서는 여학생의 경우가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청소년은 또한 가족문제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곽 교장은 탈북청소년 기준 가족관계 현황에 대해 편모 48%, 편부 5%, 무연고 25%, 양친 14%이라며, 양친이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남한 입국 후 57%가 이혼을 해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의 생사소식 등에도 여러 가지 불안정한 심리 반응을 보이고, 무연고 청소년의 경우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애정 결핍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8년 한겨레학교 전교생 230명을 대상으로 정신과 전문의의 3개월간의 정밀검사 결과를 제시하며 “대다수가 불안증상을 보였고, 10%의 학생들은 당장 매우 위험한 수준으로 전문치료 진단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곽 교장은 “탈북 청소년들이 남한에서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특별교육프로그램 개발돼야 한다”며 더불어 “탈북 청소년들의 부모에 대한 상담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국내 입국 탈북자 중 청소년 비율이 12.7%임을 감안해 현재 중국 등 제3국에는 총 탈북자(10만 이상으로 추산할 경우) 중 5~10%에 해당하는 5천~1만 여명 규모의 탈북 청소년과 아동이 존재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한편, 이날 ‘한국 납북피해자 인권의 현황과 과제’란 주제 발표에 나선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북한은 6․25 전쟁 중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남한의 민간인들과 공무원, 경찰, 국회의원 등을 납치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당시 북한의 납치 행위 목적을 ▲북한 내 부족한 지식인 충원 ▲전후 복구에 필요한 기술자 확보 ▲전쟁 수행에 필요한 인력 조달 ▲납북을 입북으로 위장 정치체제의 우위 선전 ▲지도층과 지식인 공백으로 인한 부족으로 인한 남한 사회의 혼란 야기 등으로 분석했다.

이 이사장은 “과거 정부에서는 고의적으로 전쟁납북자를 외면했다”며 이명박 정부를 향해 “전쟁납북피해자 명예회복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 납북자 전담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