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년 ‘死地’로 압송한 김정은 ‘후대사랑’ 운운”








▲북한 조선중앙TV는 30일부터 “원수님(김정은)의 고결한 후대사랑이 곳곳에서 묻어 나온다”며 ‘미래를 꽃피우시는 위대한 사랑’이라는 기록영화를 방영하고 있다./사진=기록영화 캡처

북한 당국이 국제아동절(6월 1일)을 앞두고 김정은이 어린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을 담은 기록영화를 30일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했다. 그동안 김정은 기록영화는 군부대와 국가 주요 시설, 인민 생활 관련 시설에 대한 현지지도 모습을 담아서 제작됐다는 점에서 이번 ‘아이들 챙기기’ 기록영화는 처음이다.


‘미래를 꽃피우시는 위대한 사랑’이라는 기록영화는 김정은에 충성 맹세를 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과 지난해 대규모로 개최됐던 조선소년단 창립 66주년 행사 참석, 아동백화점 시찰, 섬마을 아이들에 선물 전달 장면 등으로 구성됐다.


기록영화를 소개하는 여성 방송원(아나운서)은 “김정은 동지께서 선군혁명의 계승자, 미래의 주인공으로 키워주시는 감명 깊은 역사적인 화법들을 담은 조선 기록영화가 새로 나왔다”면서 “한평생 후대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바쳐 오신 위대한 원수님들의 고결한 후대사랑을 이어가시는 원수님(김정은)의 모습을 감동 깊게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정은은 ‘미래를 꽃피우시는 위대한 사랑’이라는 기록영화에서 아이들에게 뽀뽀를 하거나 볼을 꼬집는 등 ‘친 인민적’ 행보를 보여줬다./사진=기록영화 캡처

이번 기록영화는 김정은이 아이들에게 ‘스킨십’하는 장면을 집중 배치해 ‘인민성’을 부각시켰다. 김정은은 영상에서 아이에게 뽀뽀를 하거나 볼을 꼬집기도 하고 아이를 안고 사진을 찍는 등의 모습이 담겼다. 여성 방송원은 이에 대해 “원수님의 품 안에서 국가의 미래가 밝게 자라고 있다”면서 “원수님이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것이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정은의 아이들을 챙기는 모습을 집중 부각시켜, 체제 유지 후비대의 충성심을 고취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지난해 소년단대회 연설에서 김정은이 단원들에게 목숨 받쳐 투쟁한 빨치산을 본받아야 한다고 선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김일성 따라하기’로 인민의 지도자라는 것을 연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기록영화를 접한 한 탈북자는 “각종 정책의 실패로 민심을 잃은 김정은이 나이가 어린 아이들에게 자신의 권위와 충성을 강요하는 선전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충성의 편지를 쓰라고 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라오스에서 추방된 탈북청년 9인을 강제로 송환한 김정은 정권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난다’고 선전하는 것은 북한의 이중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탈북자는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나간 아이들을 다시 사지(死地)로 끌고 간 김정은이 ‘아이 사랑’을 운운하는 것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