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에서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자라나 오리 등 보양식을 즐기는 문화가 유행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전염병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를 즐기는 돈주(錢主)나 간부들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당(黨)에서 전염병에는 개인 면역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조직별 위생강연을 진행해서인지 연초부터 몸보신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서 “자라, 오리, 메추리, 돼지 중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집안 수준 차이를 알 수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우(위)에서 겨울철 전염병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영양 보충을 잘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어 가족별로 인기 있는 전문식당들을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에서 보양식 문화는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열악한 의료시스템에 따라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이에 일반 주민들도 여름철 단고기(개고기)나 토끼곰 같은 보양식을 찾곤 한다.
다만 최근엔 당국이 이를 지속 강조하면서 추세로 자리잡았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한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빈부격차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당국의 ‘코로나 면역’ 강조에 간부들도 자라요리 전문점 등 고급 식당을 찾는 것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즉, 이 또한 ‘당 정책 관철’인 동시에 상류층 가문이라는 점을 과시할 호기(好期)라고 간주한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간부, 돈주들은 옥류관 또는 전문식당 소속 봉사총국에 전화 한 통으로 먹고 싶은 날, 먹고 싶은 시간을 이야기한다”면서 “그러면 먹고 싶은 음식이 딱 차려져 있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봉사총국 산하 시내 8곳에 고급 전문요리점들에서 뱀장어, 타조, 왕개구리, 철갑상어 등 특색있는 요리들을 봉사(서비스)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간부, 돈주, 그 자녀, 친척들”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초특급 방역에 따른 식당이 문을 닫으면서 일종의 ‘출장 서비스’를 즐기는 간부들도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요새는 자라피술이나 자라요리를 아예 집에서 가족끼리 먹을 수 있게 요리사와 음식감을 돈 주고 부르는 상류층, 돈주들도 많아졌고 지금 평양시 연말연시 유행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는 일반 주민들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참 이해 불가한 곳이 평양이다. 지방 사람들에게 마늘을 음식에 많이 넣고 코로나 방지를 하라고 하면서 있는 것들끼리는 자라요, 오리요, 메추리요 하는 걸 들으니 다른 나라 얘기를 듣는 것 같아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방에서는 국경봉쇄로 밀수가 막혀 돼지고기 먹기도 힘든 판에 겨울철 영양보충 음식에 대해선 생각도 못 한다”면서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대량아사시기) 이후 자력갱생으로 살아오던 중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