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軍간부에 6개월간 월(月) 식량 10일치만 줘라” 지시

코로나 사태 장기화 대비 대책 마련한 듯...소식통 "경각심 심어주려는 의도"

김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4년 7월 조선인민군 해군 지휘성원들의 수영능력판정 훈련을 지도했다.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보트를 타고 있고, 지휘성원들의 수영을 하고 있다. 당시 군 간부들은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10km 바다 수영을 강행해야만 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최근 군(軍) 후방국을 통해 전군에 4월부터 6개월간 군관 대상 월(月) 식량 공급을 10일분으로 줄이라는 방침을 하달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코로나19 여파가 체제 보위 핵심세력인 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1일 데일리NK 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의 지시는 지난달 30일 오전 각 군에 하달됐다. 이로써 이달부터 오는 9월까지 군관(군종·병종·사령부급 지휘관) 가족이 받는 식량은 3분의 1로 줄어들게 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북한 당국이 식량 배급량을 줄이는 형태로 긴축 재정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전시물자는 될수록 보존하면서도 ‘현재 있는 걸 쪼개서 살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군 간부들에게 심어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조치에 군 간부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들은 모두 국가 공급 체계를 통해 기본 생계 식량을 보장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춘궁기(春窮期)가 도래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경제봉쇄(대북 제재)로 배급량이 좀 줄어들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확 줄인다고 하니,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일부 간부는 ‘코로나가 우리에게 박탈감을 가져다줬다’는 식으로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뾰족한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군 간부나 가족들은 원칙상 장사행위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쏠쏠한 돈벌이 수단이었던 밀수도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군법으로 처리한다는 식으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국가가 모든 걸 보장해주니 군 복무에만 충실하라는 것인데 갑자기 쌀 공급을 줄이면 어쩌라는 것이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소식통은 “장사하면 해임될 우려가 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자니 가족이 굶는 모습을 지켜봐야되고, 군관들의 심정이 사실 말이 아닐 것”이라면서 “결국 이번 조치로 체제 충성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을 또 괴롭히는 건 “과연 10월부터 정상 공급이 가능할까”라는 우려다. “햇곡식이 나오면 바로 줄 것” “당 창건 75돌(10·10)을 맞아 선물 배급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 경제 상황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여기서 일반 군인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하전사들의 일별, 월별 식량은 평소와 같이 공급한다’는 원칙은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한창 자랄 나이의 하전사들은 잘 먹어야 맡겨진 임무를 원만히 수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면서 “또한 탈영 등 이탈 행위를 방지할 수 있고 군 기강도 확립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