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되짚어 본 ‘金 건강이상설’…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미스터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0년 새해 첫 현지지도로 순천린(인)비료공장건설현장을 방문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월 7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오늘(30일)자 북한 노동신문에 ‘기능공경기대회’에 관한 글이 실렸다. 북한에서 “인민경제 부문별, 직종별 기능공경기대회 – 2020”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용접공이나 미장공 등 기술자들이 기능을 겨루는 대회로 보이는데 ‘김정은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주목해 볼만한 부분이 있다.

노동신문은 “고급용접공경기에 참가한 기능공들은 순천인비료공장 건설장에서 경기 첫 시작부터 기세를 올렸다”고 보도했다. “여러 단위에서 선발된 기능공들은 순천인비료공장을 하루빨리 일떠세우고 우리 당에 기쁨을 드릴 일념을 안고 낮과 밤이 따로 없는 돌격전”을 벌였고, “합리적인 작업방법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기능공경기대회의 생활력을 남김없이 과시하였다”고 전했다. 그리하여 “고급용접공경기에 참가한 기능공들은 순천인비료공장을 훌륭히 일떠세우는 데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문구로 보면, 이번 기능공경기대회의 한 부문인 고급용접공경기를 통해 순천인비료공장이 완공됐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런데, 올해 기능공경기대회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정확한 언급이 없다. 힌트는 있다. 노동신문은 미장공경기가 “지난 5월 5일 … 동부지구 영예군인보양소건설장”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부문별 경기가 대개 비슷한 시기에 시작됐을 것이라고 본다면, 고급용접공경기도 5월 초 무렵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거 사례를 볼까. 기능공경기대회는 북한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검색해보니, 기능공경기대회는 2018년에는 5/17일에서 6/29일까지, 2019년에는 5/23일부터 7/3일까지 열린 것으로 돼 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올해 기능공경기대회의 각 부문별 경기가 미장공경기 시작과 비슷한 5월 초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것인 상식적일 것 같다.

고급용접공경기에 주목하는 이유

고급용접공경기 시작날짜가 뭐가 중요하다고 이렇게 집착하느냐고 생각할텐데, 고급용접공경기를 통해 완공됐다는 순천인비료공장 때문이다. 순천인비료공장은 지난 5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이 준공식에 참석했던 공장이다. 당시 북한은 순천인비료공장이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창조물로 일떠섰다”면서 김 위원장이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테이프를 끊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를 통해서도 이 모습이 동영상으로 대대적으로 방송됐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김 위원장의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은 단순한 현지지도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행사였다. 4월을 휩쓸었던 건강이상설의 파고 속에서 김 위원장은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함으로써 건강이상설을 불식시켰다. 건강이상설이 사실무근이라고 얘기했던 쪽에서는 김 위원장이 휴식 내지 비공개활동을 하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공개활동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들을 내놨다.

하지만, 완공됐다고 최고지도자가 준공테이프까지 끊은 순천인비료공장이 준공식 두 달이 지난 지금, 아마도 5월 초부터 열린 기능공경기대회 고급용접공들의 성과물로 선전되고 있다. 5월 1일 준공이 이뤄졌다면 지금은 비료 생산 성과들이 선전돼야 할 시점인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능공경기대회의 주요 성과물로 순천인비료공장이 선전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이었던 지난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2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급하게 이뤄졌을 가능성

기능공경기대회에 대한 북한의 설명을 보면, 5월 1일 당시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은 완공이 안된 상태에서 급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을 위한 행사가 급조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북매체는 준공식 이틀 전 북한 당국이 갑자기 행사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완공도 안 된 공장에서 준공식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면 북한 당국이 급하게 행사를 조직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당시는 사망설까지 회자될 정도로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심각한 상황이었고, 북한 당국으로서는 빨리 건강이상설을 잠재워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북한이 느긋하게 김정은의 등장 시점을 고른 것이 아니라 상당히 다급하게 움직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정은 공개활동 급격히 줄어

김 위원장이 5월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지금까지 두 달 동안 공개활동은 딱 세 번 있었다.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5/24, 보도일 기준), 당 정치국 회의(6/8, 보도일 기준), 당중앙군사위 예비회의(6/24, 보도일 기준)이다. 순천인비료공장까지 합해보더라도 두 달 동안 네 번의 공개활동, 극히 적은 숫자다. 더구나,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을 제외하면 모두 실내활동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다시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나오는 듯 하지만, 이러한 ‘설’이 김 위원장이 지금 큰 병을 앓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현재로서는 근거가 없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최근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나 당 정치국 회의 때 김 위원장의 모습을 북한이 동영상으로 공개했지만 크게 이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건강이상설 회자 시점부터 지금까지 조그마한 이상증세도 없었던 것이냐에 대해서는 열어두고 볼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정보는 어느 누구도 100%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부분이 있다면 탐구적인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사실에 부합하느냐 아니냐는 양자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이상에는 수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건강은 북한의 미래와 관련해 중요한 변수가 되는 만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건강이상설이 맞느냐 틀리냐가 어느 진영이 이기는 것이냐는 진영논리로 왜곡돼 합리적인 관찰과 연구의 영역을 가로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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