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특사 訪中에도 비핵화 접점 요원하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특사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에서 위기를 고조시킨 이후 약 100여 일이 경과된 시점에서 나온 주목할 만한 행보이다. 북한은 왜 이 시점에서 중국에 특사를 보냈을까? 군부 실세로 꼽히는 최룡해가 특사로 파견된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인가? 이 세 가지 의문점에 세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첫째, 이 시점에 특사를 파견한 이유이다. 그 해답은 북한 지도부에서 한반도 위기국면을 해소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상황은 북한은 물론 주변국 어떤 나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기를 고조시킨 당사국 북한 역시 현재의 위기상황이 더 지속된다면 이로울 것이 없다. 그래서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동맹국 중국에 특사를 파견하였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정도면 애초에 추구했던 목표를 달성했다고 북한 실세들 스스로 판단하는지 그 여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유엔의 거듭되는 제재조치, 그리고 중국의 새 지도부에 의해 전환적으로 표출된 대북한 압박에서 북한 지도부가 의연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 중국정부가 ‘조선무역은행’의 계좌를 동결하고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을 철저히 지키도록 지역 정부에 명령을 하달한 조치는 북한 지도층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는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직설적인 말까지 공식석상에서 했다고 하니 이러한 상황을 북한 지도부가 방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비상구를 찾아야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그 첫 단계로  유일한 후원국인 중국 지도부에 유화적 몸짓을 보낸 것이라고 풀이된다.


둘째, 총정치국장 최룡해를 특사로 선정한 이유이다. 김정은 체제에서 최룡해는 최고의 실력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정은 후원세력으로 김경희와 장성택, 그리고 최룡해 3명이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최룡해가 단연 주목을 받는 인사이다. 장성택과 김경희는 김정은의 친족이라는 측면에서 막후 영향력은 크지만 선도적 지위에 나서기 어려운 한계점도 있다.


물론 이들은 노동당과 군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룡해처럼 김정은을 대변하는 위치에서 행동하기 어렵다. 최룡해는 원래 전문적인 당 관료였지만 김정일 통치 마지막 시기에 인민군 대장으로 임명되었으며, 지금은 차수계급장을 달고 노동당과 군부의 실세들을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그의 아버지 최현의 후광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최룡해가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되었다는 사실은 북한 군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노동당 통제하에 두겠다는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즉 원로 직업군인들에 대한 정치적 통제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김정은 통치 하에서 최룡해는 사실상 2인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 사실을 대변하듯, 최룡해의 중국방문 공항 환송에서 김격식 대장은 10여년 이상 연배차이가 나는 최룡해에게 먼저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하였다.


김정은 특사로서 최룡해가 선정된 것은 동맹국 중국을 정치적으로 크게 예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의 실세를 파견함으로써 김정은 의중을 대변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고, 중국 지도부의 관심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최룡해의 중국방문에서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시진핑 주석이 최룡해 특사를 접견할 것인가의 여부였다.


다행히 접견은 이루어졌고, 여기에는 최룡해가 김정은을 대리할 수 있는 실력가라는 점이 중국측에서 수용되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접견자리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의지가 단호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의지는 최룡해를 통해서 김정은에게 직접 전달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특사방문은 사실상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의 직접 대화나 마찬가지라고 해석된다.


외교관이나 정치인이 아닌 군부 인사를 특사로 선정한 것은 북한이 여전히 군사국가라는 특성을 보여준다. 국가정책 우선순위에서 군사안보 어젠다가 최우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어젠다는 군부에 의해 점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 대목에서 주목을 끄는 과거의 사례가 있다. 2000년 10월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었던 북한의 조명록 차수가 김정일 특사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였다.


북한의 주요 인사로는 처음 미국 땅을 밟았던 조명록 차수는 군복차림으로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접견하였던 것이다. 최룡해 역시 특사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군복을 입고 활동하였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을 접견할 때에는 군복이 아닌 인민복을 착용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최룡해 특사의 자체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중국측에서 군복이 아닌 다른 복장을 주문했는지 살펴볼 일이다.


공식적인 접견자리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의전적 조치가 바로 복장문제이다. 최룡해 특사가 다른 중국 인사를 만날 때에는 군복을 착용했는데, 유독 시진핑 주석을 접견하는 자리에서는 인민복을 착용한 것은 단순한 의전적 의미를 넘어서는 정치적 의미가 담겨있을 수 있다.


셋째, 최룡해의 중국 방문 활동에서 어떤 문제들이 논의되었는가의 여부이다. 이번 방문에서 북한 측이 겨냥한 목표는 동맹국 중국이 북한 후견자의 위치로 되돌아서도록 설득하는데 두었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대북한 압박수위를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중국정부가 북한을 압박하는 쪽으로 선회한 이유는 김정은체제가 들어서면서 북한이 중국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 것이 원인이다.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면서 중국정부와 사전 협조없이 일방적 행동을 취했던 것이다. 그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노렸기 때문이다. 이번 특사 파견을 통해서 북한은 한반도 평화와 6자회담 재개를 거론했지만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든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겠지만 대화에 임하는 국가들의 목표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낼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노리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비핵화를 목표로 삼을 것이다. 그래서 대화는 공전을 거듭할 것이고, 북한은 시간벌기와 함께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전략을 최대한 구사할 것이다. 


이번 특사파견으로 첨예한 현안문제인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해결점이 모색될 여지는 거의없다. 다만 원칙적으로 한반도 긴장해소를 위한 대화의 여건은 조성될 수 있다고 본다. 현시점에서 북한은 중국의 대북한 압박모드가 완화되는 것을 원한다. 이를 위해서 북한은 중국정부에 내면적으로 큰 양보를 취하는 모양새를 보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단호한 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북한은 한반도에서 또 다른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야 중국의 관심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취할 수 있는 벼랑끝 전술은 이미 한계수위에 도달했다고 평가되지만 북한체제는 바로 그런 국면에서도 예상을 뒤엎는 도발을 감행해 왔고, 지금도 그러한 기질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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