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천안함’ 침몰사건이 북한문제가 아니라 중국문제라는 주장이 있다.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그리고 현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문제는 일관되게 중국문제이기도 했다.
과거의 예를 들자면 북한군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6.25전쟁(1950-53년) 당시 중국은 100만명이 넘는 의용군을 보냈다. 북한이 대남 테러노선으로 전환한 80년대 이후도 마찬가지다. 한국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랭군사건(1983년)과 서울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1987년)등 김정일이 악랄한 테러를 감행할 때마다 중국은 북한을 옹호해왔다. 그럼으로써 중국은 한반도에 긴장상태를 조성하는데 가담해 왔다.
북한의 거듭된 군사 및 테러도발 감행에도 불구하고 제2차 6.25전쟁의 발발은 아슬아슬하게도 비켜갔다. 하지만 그것은 중국이 북한을 자제시켰기 때문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듯이 한국이 지금까지 참고 또 참아 왔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국이 한국측에 자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만 일방적으로 자제를 요청하는 것은 이제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 또한 그러한 일은 용서될 수도 없다. 이번 천안함 격침 테러는 기존 테러사건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갖춘 이후 발생한 테러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배경으로 상대를 얕잡아 보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으로 하여금 뼈아픈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는 한 북한의 대남테러공세가 보다 더 고조되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한국은 민주주의 체제의 존망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위기를 ‘물 건너 불구경’ 하듯이 방관해서는 안 된다. 핵보유국은 비(非)보유국에 비해 수 만 배에 달하는 높은 자제심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너무나도 위험천만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번 격침테러는 북한이 최소한의 자제심조차도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남김없이 증명해줬다. 그렇다면 핵무기 사용 및 확산, 또는 핵물질을 이용한 테러 위험성에 대해 진지하게 걱정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북한당국은 격침 테러 조사 결과 발표직후 ‘우리 핵무기는 장식물이 아니다’(5.28),‘무제한의 보복타’(5.30) 등 협박적인 언사를 노골적으로 내뱉었다. 현 시점에서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선택은 명백하다. 북한의 핵무장 해제를 강제할 것인가, 아니면 신속하게 체제전환을 도모할 것인가 둘 중의 하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결속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중 하나인 중국이다. 중국은 천안함 격침테러와 관련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하겠다든지 ‘어느 누구도 옹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어디까지나 ‘중립’적 입장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이며 공정한 판단’이라는 말투는 질 나쁜 농담과도 같다. 테러범이 체포되어 자백까지 한 ‘랭군사건’과 ‘대한 항공기 사건’ 발생당시에도 중국은 북한을 감싸줬다. 만약 이번사건이 유엔안보리에 회부된다면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않겠지만 찬성도 하지 않고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만약 중국이 기권을 택한다면 그것은 중국의 중립적 입장을 버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서두에서 지적했듯이 중국은 북한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61.7.11조인) 제2조(자동 참전 조항)는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兩 체약국은 공동으로 모든 조치를 취하며, 어느 한쪽 체약국에 대한 어떤 국가의 침략도 방지한다. 체약국 일방이 어떤 국가 또는 동맹 국가들로부터 무력공격을 받고, 그로 인해 전쟁상태에 빠질 경우, 나머지 한쪽 국가는 즉시 전력을 다해 군사상 및 그밖의 원조를 제공한다’
동(同) 조항은 동서냉전시대의 유물이라 할 수 있다. 러시아는 냉전 종결 후인 1991년에 북한과의 군사동맹을 파기했다. 전쟁에 휘말릴 우려도 있을 뿐만이 아니라 야만스러운 국가와의 군사동맹은 러시아의 오점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중국만이 북한과의 군사동맹을 지속해 왔다. 북경과 평양에서 매년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천안함 격침 사건의 여파가 남아있을 오는 7월 11일에도 축하행사가 진행될지 여부에 따라 중국이 말하는 ‘중립’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 북한 사이에서 곤란한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 즉 ‘문명과 야만’ 사이에서 어려운 결정을 요구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중립을 택하는 것은 김정일에게 최후의 갱생기회를 주고자 하는 부모와 같은 심정에서일 것이다. 올해 5월에 김정일이 전격적으로 방중을 했을 때도 원자바오 총리는 북중 국경지대 사회기반 정비를 위해 총액 10억 달러 규모의 개발 원조를 제안했다. 이를 미끼로 삼아 북한을 개방개혁 노선으로 유도할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유도작전은 불발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10년째 끌어오던 경제개발보다도 코앞에 닥친 권력 3대 세습에 필사적이다. 그래서 천안함 격침이라는 만행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다. 북한의 의도는 외교교섭과 원조획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내부에 초점을 둔 논리, 즉 김정은 후계준비 작업을 서두르는 것에 있다. 7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장성택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이는 가까운 시일 내에 김정은의 국방위원회 입성(후계 발표)을 노린 인사 개편으로 보인다.
후계자는 셋째 김정은으로 내정되어 있다. 하지만 결정·공표 전에 김정일의 수명이 끝날 경우 사태는 유동적으로 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내정은 대혼란에 빠지게 된다. 판단력이 흐려진 김정일의 어명을 대전제로 해서 북한 국내에서는 최근 김정은 후계준비, 즉 급조된 업적 만들기와 우상화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어 왔다.
김정은은 ‘모든 방면에서 재능이 탁월’하다고 미화돼 왔으나 화폐개혁(디노미네이션 정책)은 대실패로 끝났다. 경제방면에 큰 코를 다친 김정은은 ‘군사영재’라는 별칭에 편승해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군사테러로 궤도를 옮긴 것이다.
김정은과 추종자의 의도는 다음 두가지이다. 군사적인 긴장상태를 부추김으로서 국민에게 배고픔과 불만을 잊게 함과 동시에, ‘병든 장군님’에서 ‘김일성·김정일의 화신’이라 불리는 청년대장 김정은으로 세습 기운을 고조시키는 것이다. 즉 후계 결정을 위한 무대장치를 조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백만 달러를 소비한 사치스러운 불꽃놀이 대회(올해4월, 5월)와는 달리 ‘어뢰공격’이라는 불장난은 무모한 모험이다. UN제재와 한국군의 반격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침테러를 감행한 것은 북한 나름대로의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①핵무기와 미사일을 방편으로 삼고 ②6자회담 재개를 인질로 삼으면서 ③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의 군사동맹을 이용(악용)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재의 북한문제는 역시 중국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중국의 무분별한 경제원조 없이는 불가능했다. 되풀이 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은 중국이 UN경제 제재결의에 찬성했으면서도 스스로 핵심 내용을 제외시킨 대가이다. 그리고 7년을 소비한 6자회담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책임의 절반은 의장국이면서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에게 있다.
중국이 진정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책이 있다. 북한과의 군사동맹 파기를 선언하는 것과 북한이 천안함 격침테러를 사죄할 때까지 석유공급을 중지하는 것이다. 중국과의 군사동맹과 중국의 석유공급이 없다면 북한은 단 3일도 전쟁을 지탱할 수 없다.
이러한 중국 문제에는 일본에게도 책임이 있다. 고이즈미 정권당시 이루어진 일이기는 하지만 6자회담 구상을 주도하고 하필이면 중국을 의장국으로 추대한 것은 바로 일본이기 때문이다. 신임 간 수상은 북중 군사동맹을 즉각 파기하도록 중국측에 강하게 촉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중국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중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6자회담 불참을 천명해야 한다.
그리고 친북 사민당이 연립을 이탈한 지금이야말로 한미일 3국에 의한 대규모 합동군사훈련과 자위대에 의한 위력정찰을 상시화시켜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을 조속히 소모시켜야 한다. 결코 사상적으로 독재자인 김정일의 추종자들을 양성하는 조선고급학교에 대한 ‘수업료 무상화’ 등과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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