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의 논리학…MB 직접증명 VS 軍 간접증명

서해에서 초계중이던 천안함이 침몰하여 젊은 군인들이 전사하였다. 군인이야 국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위탁하였다고는 하지만, 평화 시에 이처럼 대규모 상황이 발생하니 침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게다가 바다 속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 상황을 넘으면서 구조활동을 한 한주호 준위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하였고, 이어 한 민간 어선이 구조작업에 자진 참여하다 참변을 당했다. 꽃샘 추위의 3월과 4월은 더욱 잔인한 달이 되었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놓고 벌어지는 착잡한 국내 상황이다. 특히 ‘북한의 개입여부’를 둘러싸고 언론과 국민들 사이에 결코 정상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란의 핵심은 과연 북한이 이번 사태에 개입한 증거가 있느냐는 것으로 크게 보아 둘로 정리될 수 있다. 즉 천안함이 그 어떤 물리적 힘에 의해 순간적으로 두 동강이 난 사실의 ‘가능한 원인’을 열거하고 이 중에서 가능성이 희박한 것을 제외하고 보니, 어뢰 혹은 기뢰에 의한 외부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나아가 어뢰와 기뢰 중에 더 ‘개연성’이 높은 것은 어뢰라는 주장이 있다.


이것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둘 있는데, 그 중 한 명의 알리바이가 입증되면 다른 한 명이 범인이라고 단정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증명 방법을 논리학에서는 ‘간접 증명’이라고 부르며, 원래 열거된 추정원인들이  진실로 모든 경우를 다 포함하고 있다면 논리적으로 타당한 증명법이다. 즉 간접 증명의 타당성은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해서 하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경우가 배제될 수 있음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 이명박 정부가 확인하려고 하는 것은 간접증명이 아니라, 직접 그 원인을 단정할 수 있는 증거의 확보다. 예를 들어 천안함의 침몰지역 부근에서 어뢰의 프로펠러가 발견된다면, 그것은 어뢰에 의한 침몰을 결정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직접 증거,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해 ‘직접 증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천안함의 침몰과 관련하여 알려진 사실들을 종합하면, 간접 증명 방식으로는 외부 폭발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고 보인다. 그리고 외부 폭발의 경우에 어뢰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다만 직접 증명 방식으로 어뢰에 의한 침몰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직접 증명과 간접 증명에서 더 ‘강한’ 증명 방법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물론 직접 증명 방식이다. 왜냐하면 직접 증명에는 간접 증명에 필수적인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해서 하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경우가 배제될 수 있음’이라는 단서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접 증명에 의해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추정되는 원인이 있다면, 직접 증명의 부담이 가벼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어뢰의 프로펠러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천안함의 절단된 면이 특정한 방식으로 휘었다든가, 혹은 어뢰공격에서 ‘대부분’ 발견되는 파공이 있다면 우리는 어뢰에 의한 침몰로 단정해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선체가 인양된다면 분명하게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로 보아 북한의 소행이 분명하다고 단정 짓는 것이나, 직접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북한의 개입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모두 잘못된 예단이다. 이런 추정이 난무하게 된 이유는 물론 북한의 개입이 밝혀졌을 때의 후과가 매우 엄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천안함의 침몰이 가져올 수 있는 파장은 거의 초대형 태풍에 비교할 수 있다.


다른 한편 언론과 국민들은 군의 초기 대응이 매우 미숙했다고 질타하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폭발 후 불과 1분 내에 침몰해 버린 천안함의 함미에 있었던 우리 해군 장병들을 함수의 생존자들이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었다. 따라서 천안함의 함장을 ‘혼자 살아왔다’고 비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모든 사태가 정리된 후에 정부는 철저하게 군의 대응을 복기(復碁)해서 잘잘못을 확인하고, 시정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으면 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군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질타에는 무지와 지나침이 너무 크다. 도대체 해군을 가해자인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또 이명박 정부 내에서 청와대와 군 사이에 의견갈등이 있다고 보는 것도 그렇게 옳은 태도는 아니다. 그 후과가 초대형 태풍에 비견할 수밖에 없는 사태에 대해서 돌다리도 두드려 보듯 청와대가 직접 증거를 확보하고 국제적인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매우 옳은 대처 방식이다.


특히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방식을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할 대통령이 군의 원인추정에 보다 더 강한 신빙성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것을 대통령이 그 후과가 두려워 정치적으로 사태를 축소하려한다는 것은 현실성 없는 음모설의 변형일 뿐이다. 오죽하면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한국국민은 정부를 괴물로 본다’고 비꼬았겠는가?


그런 점에서 함체 인양 후 분명히 가려질 수밖에 없는 원인규명을 여론과 국민은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군과 정부의 대처미숙을 비난하면서, 이러한 착잡한 사태 중에서 국민과 언론 스스로 지켜야 할 냉정성을 잃고 일종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차라리 지금 국민과 언론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점은 간접증명 방식으로는 개연성이 있는 북한 개입설이 사실로 최종 판명되었을 때의 대응방안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는 헌법 69조의 취임선서를 한 후에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되며, 이번 사태는 바로 이명박 정부가 국가보위의 임무를 행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어떠한 원칙에 의해 대응할 것이냐를 성찰하는 것이다.


첫째, 이명박 정부는 지금과 같은 상황 하에서는 우리 해군 장병의 안전을 전혀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즉 북한 개입에 대한 대응은 단순 보복이 아니라 자위권의 발동임을 천명해야 한다. 만일 단순보복의 차원에서 대응하게 되면 그것은 서해를 분쟁지역으로 만드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둘째, 보복이 아니므로 이명박 정부는 국제사회에 한국이 앞으로 취할 조치를 이해시켜야 한다. 어느 국가도 이와 같은 군사적 도발 사태를 당했을 경우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또한 한국이 원하는 것은 보복이 아니라 자위의 차원이라는 점에서, 만일 어느 국가가 한국이 취할 대응방식에 반대한다면 한국정부는 그 대안을 요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평화적 해결방안을 중국은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든 어느 국가든 ‘이러한 북한의 도발사태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는 점은 북한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능히 예측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한국정부가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의 대응방식을 국제사회에 납득시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김정일은 현재 북한의 내부사정으로 인해 위험수준에 도달한 주민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한국이 ‘적절한’ 군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을 기다리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북한의 이러한 술수를 역으로 이용해야 하며, 여기에는 국제사회에 럭비공처럼 튀는 북한을 더 이상 놔둘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한국정부가 취할 대응에 군사적 조치가 포함될 경우, 김정일 정권은 더 큰 도발로 대응할 것이라는 점, 한마디로 판돈을 올릴 것이라는 점을 미리 감안해야 한다. 사자나 호랑이와 같은 맹수도 쥐와 같은 작은 먹이감을 사냥하기 위하여 전력을 다한다. 즉 북한의  ‘판돈 올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


넷째, 한국내의 좌파세력은 북한에 대한 정당한 대응조치에 대하여 ‘전쟁위험’을 이유로 극단적인 반대투쟁에 나설 것이며 이 점을 북한정권이 기대하고 있으리라는 점도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논리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한국의 군사적 대응을 기대하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 내의 이념적 자중지란을 통해 정부가 사실상 북한의 협박과 도발에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공황상태에 빠지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차라리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태의 중대함과 대응조치의 불가피함을 직접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부는 그 어떤 대응조치를 하든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국민설득과 대응조치의 성공은 한국내의 친북망상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태로 인해 ‘국가 이성’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국가이성의 요체는 무엇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무서울 만큼 냉정한 판단과 단호한 행동이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개인적, 정치적 고려가 개입해서는 안 되며, 동시에 그러한 비판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논어에 나오는 ‘군자는 말은 더디지만 행동에는 민첩하다(訥於言而敏於行)’는 격언을 되새겨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