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부족에 北 주민 ‘겨울나기’ 비상… “김장 포기하는 가구 늘어”

북한 김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가을과 겨울의 정취를 함께 안고 있는 김장철”이라며 김장철 풍경을 소개했다. 사진은 김장을 맛있게 담그며 화목을 도모하는 룡성구역 화성동 4인민반원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채소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김장을 준비하는 주민들이 시름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긴 겨울을 나는 북한 주민들에게 김장은 중요하고도 필요한 일이지만, 채소 부족으로 김장을 포기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가을 채소 부족으로 겨울나기에 가장 중요한 김장에 비상이 걸렸다”며 “시(市) 인민위원회 조사 결과 평성시의 많은 지역에서 채소 부족으로 겨울 김치를 못 하는 가구가 많아질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남한에 비해 긴 겨울을 보내는 북한의 주민들은 통상 봄 채소가 나오기 전까지 ‘반년 식량’으로 김치를 먹는다. 이에 주민들은 김장을 필수적인 일로 여기고 있으나, 올해 채소 부족으로 김장을 포기하는 주민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올가을 습한 날씨에 온갖 병충해 창궐하여 배추, 무 생산에 피해가 확산한 것이 가을 채소 부족의 원인”이라며 “평성에서 가장 많은 배추를 재배하는 삼화, 봉학농장들에서 채소가 흐물흐물해지면서 썩는 ‘무름병’과 뿌리가 기형적으로 부푸는 ‘뿌리흑병’ 등이 급속히 퍼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의 과일·채소 농장들은 올여름 불볕더위와 가뭄, 폭우 등 이상 기후 현상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 여기에 방제 부족으로 병충해까지 더해지면서 채소 생산량이 더욱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관련기사 보기: 기록적 폭염과 폭우에 과일‧채소농사 피해 막심… “건질 게 없다”)

소식통은 “올해 가을 채소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30% 정도 감소했다”며 “작년에도 배추와 무가 부족해 김장을 못 한 가구들이 수두룩한데 올해는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또 채솟값 폭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가계 사정 악화도 주민들의 김장 포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한여름이던 지난 8월 북한의 일부 과일과 채소 가격이 지난해보다 약 2배가량 폭등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본격적인 김장철에 들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10월에도 채소 가격이 또 한 번 출렁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보기: 폭염·홍수 폭탄…북한서 과일·채소값 작년 대비 2배로 ‘껑충’)

더욱이 상당수 주민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채소 구매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난으로 김장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고춧가루값 66.7% 폭락했는데…주민들 김장 포기 ‘아이러니’)

소식통은 “주민들 상당수가 닥쳐오는 겨울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다”며 “뚜렷한 대책이 없는 것이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채소 부족으로 주민들의 김장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현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앞서 본지는 양강도에서 김장용 채소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관계기관들의 비상회의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한은 도당위원회에 중앙의 공급에만 기대지 말고 자체적으로 채소 물량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관련기사 보기: “김장용 채소 도에서 자체로 보장하라” 지시에 일꾼들 ‘골머리’)

이에 내부에서는 채소 수확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책임 떠넘기기식 지시만 내리고 있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