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북핵 6자회담의 형식과 내용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시점을 저울질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회담 관련국들이 회담 재개시 실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고민은 과거 세 차례 6자회담을 거치면서 대화국면이라는 모멘텀 유지 이외에는 북핵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나 성과를 전혀 마련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3차 6자회담 이후 1년여 동안이나 회담을 열지 못한 데 따라 자칫 회담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된다.

우선 한미 양국 정부는 4차 6자회담이 재개되면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최근 수주일간 많은 공감대를 형성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과거보다 더 진지하고 결과를 생산할 수 있는 회담이 되도록 하기 위해 관련국간에 실질적 의견을 교환했고 교감도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 진전방안’이라는 내용물은 작년 6월 3차 6자회담에서 우리측 안을 기본으로 해서 만든 한미 공동 제시안을 그 기본축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한미 양국은 북한이 HEU(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을 포함한 핵폐기 선언을 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면 한.중.일.러 4개국의 대북중유제공, 불가침보장을 포함한 다자안보보장, 비핵에너지 제공, 테러지원국 해제논의, 비핵화 종료 후 국교정상화 등 단계적 상응방침을 제시했다.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경우 제시할 것이라고 우리 정부가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중대제안’도 기본적으로 이와 맞물려 있다.

하지만 북한이 체제안보는 물론 정권안보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회담이 재개된다하더라도 쉽사리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운 만큼 이와 관련된 관련국들, 특히 미국의 추가적인 제스처가 중대제안에 첨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적어도 깊숙한 대미(對美)불신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2월10일 핵무기 보유 선언 등 북한의 극도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내용이 아닐까 하는 게 대체적인 시각인 것으로 관측된다.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달 18일 중대 제안과 관련, 3차 6자회담에서 내놓은 안을 기초로 회담 참가국 간의 타협점에 보다 근접한 방안으로 서로 받아들일 여지가 충분한 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도 작년 12월 이후 끊겼던 뉴욕채널을 가동하면서 북한과 두 차례 만나고 전화나 팩스 등으로 수시로 연락을 하는 등 만남의 빈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은 물론 회담이 재개만 된다면 내용상으로도 진전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중대제안이라 할 지라도 회담 석상에서 토의되고 수정되어야 할 부분들이 도출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를 담을 그릇인 회담 형식을 어떻게 가져가느냐 역시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회담 관련국들은 지난 세 차례 회담 때의 6개국에서 100여명이 본회의장에 모여 서로의 입장만을 하루 종일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내용이 좋더라도 회담에 진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외교부 당국자도 “6자회담의 틀을 유지하면서 실질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그동안 세 차례 회담과 같은 방식으로는 진지한 협상과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는 나라는 6개국 중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6자회담의 유용성은 인정하되 운용틀을 바꿀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다른 당국자는 장관급 조정위원회 산하에 핵ㆍ기술.경제ㆍ 정치 등 국장급이 단장인 3개 소위가 매주 회의를 열어 논의 내용을 조정위원회로 올려 결정하는 ‘독일ㆍ영국ㆍ프랑스-이란간 핵회담 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뒤 “핵심은 집중적이고 밀도있는 협상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각국 수석대표와 배석자 2명, 통역 등 ‘1+2+1’ 형식의 수석대표 중심 협의와 분야별 분과위원회 등 협상 포맷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한편으로는 밀폐된 공간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회의를 계속하는 이른바 ‘교황선거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G8 정상회담 직전에 배석자 없이 해당국 관계자들이 모여 공동문건 문안을 조율하는 것이 바로 그 것이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이런 구상은 아직 설익은 것으로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문제의식을 갖고 관련국간 공감대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개월에 한 번 정도 만나 나흘 얘기하고 헤어지는 지난 3차 회담 때까지의 방식으로는 협상의 모멘텀이 생기지 않아 곤란하다”고 말해 수석대표가 됐건 분과위가 됐건 밀도있는 소규모 협상팀의 상시가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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