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식품과 포장김치 공급이 북한 김장전투 풍경도 바꿔놨다

김치
일반 가정에서 만든 월동용 김치. /사진=데일리NK

북한 주민들에게 김장은 반년식량을 준비하는 일로 불릴만큼 중요한 월동준비로 꼽힌다. 10월 하순 들어 북부지방부터 본격 김장철로 접어들었지만 일부 세대에서 김장의 양이 줄어들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24일 전했다.  

우리는 김치를 반찬으로 먹지만 대체 음식이 부족한 북한 주민들은 쌀 다음의 부식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겨울 초입에 식구가 많은 집은 톤 단위로 김치를 담그는 김장전투를 치른다. 이러한 김장 풍경에 최근 변화가 보인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김치 말고도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는 식료품이 많아지면서 몇몇 세대에서 집에서 담그는 김치의 양이 줄어든 모습”이라며 “(해당 세대의) 김장을 하는 여성들의 부담도 줄었다”고 말했다. 

북한 시장에는 중국에서 수입되거나 내부에서 생산한 면류 즉석식품, 빵, 과자류와 공장에서 생산한 다양한 포장 김치가 팔리고 있다. 주민들은 ‘소량의 김치를 임의의 순간에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소식통은 “시장 반찬 매대에 콩인조고기, 완성반찬, 마늘절임, 젓갈처럼 사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반찬 종류가 많다”면서 “생선도 통조림으로 가공해 팔기 때문에 주민들의 편의는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인 가정에서 보통 300~400kg의 김치를 담그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100kg 남짓한 양만 담가도 다음 해 채소가 나올 때까지 먹을 수 있다”면서 “오이절임, 파절임, 콩조림만 김치와 함께 먹어도 김치를 먹는 양이 확실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북한 식료품 공장에서는 김치 발효 기술이 좋아지고 시장에서도 찾는 사람이 늘면서 곳곳에 공장이 증설되는 양상이다. 

소식통은 “여성이 장사로 바쁜 집들은 김치를 담그지 않고 시장에서 구매해 먹는 경우도 있다”면서 “시장 조미료 매대에는 서너 포기의 배추에 버무릴 김치 양념도 개개씩(낱개) 포장돼 팔리고 있어 김장철이 아니어도 김치를 담글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