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반도정책 대전환을 시도할 때가 왔다

I.
북한이 5월 25일 오전에 제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아직 그 결과에 대한 일치된 평가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상 실패라고 평가된 제1차 핵실험보다는 진일보하였다는 데에는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 25일 이후에도 미사일을 계속 발사함으로써, 북한은 한국을 핵과 재래식 전력을 통해 ‘쇠뭉치 같은 공포’로 압착시키려 하고 있다. 김정일의 자칭 ‘광폭(廣幅)정치’에 대한 망상으로 보아 그는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극대화할 것이고, 국지도발은 반드시 감행할 것이다. 지금은 한국에 강철 같은 의지와 결기가 필요한 시기이다.

다른 한편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핵실험, 혹은 여러 자질구레한 군사도발을 하면 한국이나 세계 언론에서 가장 먼저 추정하는 것은 ‘북한의 의도’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한 인간이 이상한 짓을 하면 “도대체 왜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고, 추정된 의도에 따라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거나 치료법을 강구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역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다. ‘오바마 미국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후계자 확정이라는 내부 문제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등등이 그 예들이다. 전부 옳거나 아니면 이중 일부가 더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다.

II.
그러나 이번 북한의 제2차 핵실험에 대해서 세계 각국이, 특히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이해해야 할 점은 북한의 의도 추정에 따른 대책 강구가 우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차피 유엔안전보장 이사회에서는 아마도 상임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지난 1차 핵실험 때보다 더 강한, 혹은 유사한 대북 제재안이 통과될 것이다. 김정일이 이 점을 모르고 핵실험을 감행했을 리는 없고, 자기 나름대로 대책도 마련했을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동북아의 국제정치학적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베이징 6자회담이란 중국이 ‘북한정권의 붕괴는 절대 불용’이라는 ‘북핵 해법의 가이드 라인’ 밑에서 나머지 국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치 무엇인가 돌파구가 있는 듯이 왔다갔다하는 ‘회담주의’의 전형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물론 북한은 중국의 가이드라인을 100% 이용해서 자기들의 목표를 안심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잘 추구해 왔다.

여기에 지난 10년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중국의 이런 ‘전통적인 변방관리 원칙의 불변성’을 믿고, 혹은 내심 환영하면서, 햇볕정책을 추진해 왔고 나아가 북한식 연방제를 용인․추진해왔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체성 및 정당성에 대한 한국 내 친북좌파의 집요한 공격도 실은 북한정권은 절대 붕괴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에 있었다.

이 점은 좌파 지식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강만길 교수는 한반도를 중국이라는 대륙세력과 미국이라는 해양세력이 서로 타협할 수밖에 없는 곳으로 보고,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제3의 체제의 수립을 통해서 연방제 통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한반도를 어느 일방이 지배할 수 없다는 증거로 한국전쟁에서 미국과 중국의 개입에 따르는 교착상태에서의 휴전을 들고 있다. 백낙청 교수의 통일론도 비슷하다.

한마디로 한국 좌파의 국가관, 통일론 및 북핵 해법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전제는 중국이 북한정권의 붕괴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수학적 공리(公理)에 대한 믿음이고, 이런 점에서 김정일 정권을 비롯하여 한국 좌파들이 ‘외세타도’ 내지는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우는 것은 실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김일성도 그랬지만, 북한이나 한국 좌파의 ‘민족주의’ 내지는 ‘인민민주주의’라는 껍질 밑에는 구소련이나 현재 중국이 항상 이들의 큰 형님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북한 정권수립 이래 이 주체사상의 왕국이 외부 원조 없이 살아본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III.
이제 이명박 정부는 물려받은 집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에 필요한 小木의 연장을 버리고 집의 골조를 뜯어 고치는 데에 필요한 大木의 연장을 들 때가 왔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도대체 협상이든 타협이든, 아니면 제재의 논리가 전혀 통하지 않는 비정상국가 북한에서 도대체 무엇을 들어 올리겠다는 것인가? 지금 필요한 레버리지는 중국의 전통적인 변방관리정책을 변경하는 것이다.

중국의 전통적인 변방관리는 조공(朝貢)제도에 기반한 것이다. 조공을 받아 변방국의 충성을 약속받던 시기에 고구려와 같이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 ‘오랑캐(夷)’의 경우 본때를 보여 조공제도의 연쇄 붕괴라는 도미노 현상을 막아야 할 중국 나름대로의 국제정치적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조공이 아니라 국제 분업에 의한 무역과 대등한 외교관계가 국가 간의 선린(善隣)을 보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또 1950년에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에는 세계가 이념에 따라 두 진영으로 나뉘어 냉전을 벌이던 시기였고, 그런 이유로 중국은 미군이 중국국경에 직접 접하게 되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하여, 당시 건국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한국전에 개입하였다.

그러나 이제 조공도 냉전도 사라지고, 중국은 한국 최대의 무역상대국이 되었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남북통일 후에 미군이 현재의 DMZ 넘지 않는 것으로 족하다. 이런 논리는 과거 독일의 통일에서도 나왔던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NATO군이 급격하게 그 규모를 줄였듯이 통일 후에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의 규모는 점차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해 중국이 북한지역을 완충지대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21세기에는 전혀 필요하지도, 또 근거지울 수도 없는 관성적 사고방식에 불과하다. 중국은 현재 미국의 국채를 1조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등소평의 개방정책으로 시장경제를 채택한 이후 불과 30여년 만에 거대 무역국가로 부상한 중국이 세계 1위, 세계 2위 그리고 세계 15위 안팎의 미국, 일본, 한국과의 우호적인 관계없이 지금의 경제성장이나 경제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인 망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김정일 정권이 이 3개의 주요 무역상대국의 국가안보를 인내의 한도를 넘도록 위협하는 것을 사실상 방치하거나 심지어 즐기고 있다. 미국의 한 전략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정보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보유를 ‘옆문을 막아주는 무기(safeguarding ‘China’ side door)’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지만, 對한반도정책의 우선은 항상 ‘북한정권 붕괴불가론’과 ‘북한 완충지대론’에 있었음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의 대한반도정책은 상호공존, 상호의존이라는 21세기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중화(中華)주의적 국가이기주의에 함몰해 있다.

그러나 비현실이 현실을 넘어설 수는 없는 법이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안하무인(眼下無人) 김정일의 핵보유 야망으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 중국은 한국, 미국, 일본이 자국의 국가안보를 중국의 비현실적 한반도정책의 희생물로 넘길 리 만무하다는 점을 이제 통렬히 성찰해야 한다. 지금까지 중국이 유엔 등에서 보인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한 태도는 마지못해, 압력밥솥의 안전판처럼 잠시 증기를 빼는, 한마디로 정치적, 외교적 ‘내숭’에 다름이 아니었다.

IV.
중국이 지금까지 미국에게 ‘조심과 인내’를 요구하며 6자회담 내에서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자고 설득한 논리는, 그것이 미국의 다른 옵션보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데에 있었다. 즉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혹은 외교 내지는 경제적으로 압박해봐야 아무런 소득도 없을 뿐더러 차라리 북핵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 미국은 중국의 논리에 설복당해서가 아니라 6자회담이 ‘북한 핵을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로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적어도 더 이상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이제 중국의 논리도 미국의 계산도, 실은 핵무기의 ‘주인공’ 김정일의 동의를 받지 않는 한, ‘공 없는 축구’처럼 허망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제 ‘가격대비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옵션을 선택해야할 국가는 중국이 되었다. 바꿔 말해 ‘김정일 정권의 붕괴’가 ‘동북아시아의 총체적 군사위기’ 보다 훨씬 싸다는 점이 분명해진 것이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개최를 계기로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는, 그러나 국가기밀로 취급하는 재난관리대책(contingency plan)에는 북한의 붕괴 후에 중국 연변지역에 몰려들 북한난민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대규모 북한난민이 연변지역에 몰리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참상을 유발하고, 중국 전체의 안정을 흔들어 중국정부가 계획하는 경제발전에 심각한 위해를 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대규모 난민 때문에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북한정권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두 가지 이유로 부정되어야 한다.

우선 대규모 북한난민의 유입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도 태풍 카타리나에 의해 대규모 재난이 발생하였을 때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았고, 중국도 쓰촨성 대지진 때 국제사회의 조건 없는 도움을 받아들였다. 하물며 한국의 헌법에 의해 한국국민으로 인정되는 북한난민 문제의 해결에 한국이 돕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으며, 미국이나 일본 역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만 안전을 바라고, 중국만 경제발전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이다. 지금 김정일 정권은 6자회담의 약속은 물론, 중국이 참전국으로 조인한 정전협정도 무효라고 주장하는 판이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국가안보를 북한이 이처럼 방자하게 유린하는 것을 중국이 방치하면, 그 결과는 태풍보다 큰 부메랑으로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그것은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거나 한반도 비핵화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다는 것만이 아니다. 동북아 전체가 흔들리면 한국, 일본의 경제도 어려워지고 중국 역시 그 영향을 연쇄적으로 받게 될 것이다.

V.
따라서 중국은 김정일 정권에게 ‘더 이상 말썽꾼의 후견인은 없다’는 점을 말과 행동으로 분명히 보여야 할 때가 왔다. 따라서 유엔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필요하면 전 세계의 국가들이 북한의 경제봉쇄를 결의하면 적극 참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자질구레한 군사도발이 자칫 대규모 군사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전협정의 당사국 중국은 북한의 경거망동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마디로, 김정일의 북한은 더 이상 중국의 친구가 아니며, 실은 세계 어느 정상국가의 친구도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다만, 김정일 정권이 북핵의 완전한 포기를 “세계인민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장군님의 대승적 결단”이라고 포장하고 나올 때, 중국의 중재자 역할은 전 세계가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단 한순간도 김정일 정권을 옹호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21세기의 상황을 인식하고 한반도 정책의 대전환을 시도할 때가 되었다. 역사 전환의 시기를 놓치고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는, ‘중국근대사’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