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운영이 중단됐던 중국 내 북한 식당들이 영업을 재개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북한 당국은 해외파견 일꾼들을 대상으로 업무를 정상화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는 전언이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지난 19일 조선(북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 문을 닫았던 식당들에 영업을 재개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노동자들의 자가격리 조치도 해제했다고 한다”며 “이에 따라 이미 문을 연 가게도 있고 영업 준비에 나서고 있는 식당도 여럿”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에 있는 북한식당들 중 문을 연 곳은 현재 ‘고려관’ 뿐이며, 그 외 ‘평양고려식당’, ‘류경식당’, ‘모란봉식당’, ‘송도원식당’ 등은 내부적으로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평양관’은 최근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조만간 식당 이용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에서 중국인이 운영하는 ‘순이랭면’도 다시 문을 열어 전부터 일하던 북한 종업원들이 출근하기 시작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중국 내 북한식당은 지역과 사정에 따라 영업 재개 시점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현재로서는 많은 곳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데, 오랜 기간 문을 닫았던 만큼 다시 영업을 시작하기까지는 적잖은 준비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지린성의 한 북한식당 관계자는 “지시는 20일에 내려왔고, 다음날(21일) 관리성원 회의를 통해 운영을 재개하라는 내용이 전파됐다”며 “다만 비루스(바이러스) 때문에 위생 관리와 복무원 감염 검사 등 해야 할 것들이 있어 아직 식당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 달 넘게 집에 갇혀 있던 복무원들이 식당에 출근하자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며 안도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빠르게 영업을 재개한 일부 식당에는 여전히 한산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린성의 또 다른 북한식당 관계자는 “문을 열긴 했지만 전만큼 손님이 없다”며 “손님이 식당에 와도 QR카드로 인증을 받고 체온검사까지 받아야 하니까 그 과정이 복잡해서 더 안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의 운영 재개 방침이 내려진 상황에서 일부 식당은 종업원 생활총화에서 ‘조국이 어려운 시기에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고 당의 지시에 따라 충성자금을 기간 내에 마쳐야 하며, 각자가 철저하게 위생방역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특히 북한 당국은 종업원들이 외화벌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매일 진행하는 동향보고와 관련한 지침을 일부 수정했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북한식당 종업원들은 식당 내에서 일어난 일이나 특이 손님 등을 기록한 동향보고를 오후 5시에 접대조장이나 반장에게 제출해왔으나, 앞으로는 퇴근 시간인 오후 10시에 제출하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일하는 도중에 하던 것을 업무를 마감하면서 내도록 바꿔 종업원들의 근로 효율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탈북 의심자가 나타나는 등 체제 안정과 관련한 특이 동향이 발견되면 보위지도원에게 즉각적으로 보고해야한다는 지침만큼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자가격리도 해제됨에 따라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지린성 투먼(圖們), 훈춘(珲春), 카이산툰([開山屯)의 공장들에도 노동자들이 출근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훈춘의 수산물 가공 공장의 경우 국경 폐쇄로 러시아나 북한의 수산물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 이곳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격리 조치가 해제됐음에도 여전히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