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6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농번기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농촌지역에서 굶주림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농장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농촌 동원 기피 현상까지 나타나 농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평안남도 농촌지역에서 절량세대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협동농장에 일꾼이 없으니 농사를 제대로 못 지어 올해 수확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절량세대란 돈도 식량도 전혀 없는 극 빈곤 가정을 이른다. 최근 북한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절량세대가 속출하면서 각 협동농장에서는 각 기업소에서 차출되는 농촌 동원 일손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협동농장에서 기본적인 식사 제공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기업소 노동자들도 농촌 동원을 꺼리고 있다.
본보는 지난달에도 북한 농촌 지역의 절량세대 증가로 많은 세대가 농사일에 손을 놓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 북한서 ‘절량세대’ 속출… “제재 때문에 공장기업소 멈추니…”)
사태가 심각해지자 농촌 지역 식량 및 인력 부족 문제가 시 당위원회 확대회의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최근 평안남도 농촌지역에서 절량세대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평성시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에서 농촌 동원 노력(인력)이 보장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대책 회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시 당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절량세대가 전체의 10%를 넘어서고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발표됐다”며 “한 세대 구성원이 보통 4명 정도라고 생각하면 심각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평성시 인구가 약 30만 명인 것을 고려할 때 약 3만 명 정도가 굶주리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올해 식량 부족 사태가 예상되자 지난 3월부터 인민위원회를 통해 각 지역의 절량세대 파악을 위한 조사를 지속해왔다. 당국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은 논의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번 확대회의에서 각 기업소나 기타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농촌 동원 노력들에게 쌀이나 현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대책이 거론됐지만 기업소들이 쌀을 대주면서까지 농촌 동원을 보낼 수 있는 형편이 안 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내놓지 못했다”고 말했다.
협동 농장 인력 부족으로 올해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당국이 직접 나서기 보다는 각 기업소에 나름의 자력갱생으로 농촌 동원 인력을 채우는 것이 대안으로 논의된 것이다.
소식통은 “농촌의 경우 옥수수 국수도 제대로 못 먹고 하루 한두 끼로 연명하는 집이 많다”면서 “평성이 이 정도면 다른 지역은 절량세대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고난의 행군 시기(대량 아사 시기)만큼은 아니지만, 그때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