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군인 ‘험지’ 배치에 입대일 수정 ‘꼼수’ 등장…김정은이 뿔났다

김정은 "군대 내 '특수' 허용 안돼"...중앙당·軍, 비리 연루 군단·훈련소 합동 검열 돌입
대상자-행정 관계자-상급 간부 결탁한 집단 비리 실체 드러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월 25일 전날(24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하에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1차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제대군인 탄광 및 농촌 집단배치 전(前) 입대 날짜 등 개인 정보를 수정하는 형태로 이를 회피하는 부정부패가 난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험지에 배치되면 어두운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행정 관계자가 먼저 대상자를 꼬드겼고, 여기에 상급 간부도 뒷돈(뇌물)을 받고 눈감아 주는 형태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7일 데일리NK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비리는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탄광기계연합소 책임비서에 의해 제기됐다.

이 책임비서가 지난 4월 말 본인 기업소에 ‘배치’된 제대군인과 생활 애로 조건에 대한 개별 담화를 진행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감지했다는 뜻이다.

즉, “왜 나만 여기에 온 지 이해가 안 된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놈들은 이번에 다 빠졌다”는 제대군인들의 푸념에 상황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그는 당 중앙위원회에 정식 1호 보고로 올리게 됐다.

이에 총정치국도 부랴부랴 내사에 착수, 그 실체가 점점 드러나게 됐는데, 이 문제가 비단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제의가 올라온 3, 9군단과 620, 108훈련소 등에서는 현재 중앙당-총정치국-보위국(前 보위사령부) 합동검열이 진행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일단 문제는 머리 회전이 빠른 대열부 직속 서기들이 움직이면서 시작됐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문건을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이들이 먼저 이 건은 돈이 된다는 판단에 집단배치 대상자들에게 생일과 입대 날짜를 같이 수정하면 이번에 빠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서기들은 대열부 참모 담당자에게도 뒷돈을 찔러주면 무마해 줄 것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일종의 ‘브로커’ 역할까지 도맡은 셈이다. 결국 상급 간부들도 여기에 동조해 이 같은 ‘집단 비리’는 순항하게 됐다.

그러나 결국 비위의 실체가 드러나게 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호 방침’까지 받는 ‘대형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0년 6월 12일 “삼지연시를 혁명의 성지답게 더욱 훌륭히 전변시키기 위하여 떨쳐나선 216사단의 지휘관들과 군인건설자들, 돌격대원들이 3단계 공사에서 계속 혁신을 창조해나가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1면에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소식통은 “1호 방침엔 ‘수령의 군대, 당의 군대인 인민군대 안에 ‘특수’란 있을 수 없다.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의 리념(이념)을 깊이 새기고 사회주의의 새 승리를 쟁취해나가려는 전당, 전군, 전민의 혁명적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당의 로선 집행관철을 거스르는 특수행위에 대해 강한 조직규율을 세울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2기 훈련(동기 훈련) 전까지 개별 서기 특수화 문제에 관계된 군인들은 생활제대(불명예제대)하고 부서장들도 책임지고 물러나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면서 “구분대 군인들은 ‘눈꼴사나운 특수들 문제, 터질 게 터졌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기서 서기는 군 대열 규정상 없어도 될 인원이다. 하지만 정치, 보위, 후방, 간부부 등 주요 부서에서 서기로 복무하는 인원이 상당할 정도로 ’공식화 아닌 공식화‘가 되어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편 현지에서는 집단배치가 ‘자원 진출’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강제 배치이기 때문에 이 같은 기피와 부정부패는 근절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