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강도 강계시에 위치한 강계화학공장(361호 공장)에서 유해성 물질이 흘러나와 인근 장자강(자강도 용림에서 발원하여 만포를 거쳐 위원으로 흐르는 강)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 당국은 문제 해결을 위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강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10월 말부터 장자강에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면서 “이에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신고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10일 당창건 75주년을 맞으면서 강계화학공장을 만가동(완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장자강 오염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계화학공장에서 유출된 화학물질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장자강 물고기가 대량 폐사할 정도면 인체에도 유해한 물질이라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강계화학공장은 페인트, 래커 등 도료를 생산하는 것으로 위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각종 생화학무기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이다.
강계화학공장은 제2경제위원회 제5총국 소속의 공장으로 주로 생화학무기 중에서도 신경제를 교란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신경작용제와 피부, 눈, 점막 등에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는 수포작용제 등을 주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자강의 오염 징후가 상부에 보고된 후 당국은 부랴부랴 원인 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장자강으로 흘러가는 배수 시설을 모두 차단하고 폐수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정화시설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북한 당국은 강계화학공장에서 유독 물질이 새어나왔다는 소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입단속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화학무기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유독 물질이 흘러나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유출될 경우 국제사회의 지적이 제기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인민반과 분주소(파출소)에서 각각 강에서 고기를 잡아다 먹은 사람들이 있는지 조용히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는 강계화학공장 주변에서 빨래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농업 용수도 길어가지 못하도록 사회안전국이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장자강에서 잡은 고기를 먹은 후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변 지역 주민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강계시에는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강계트랙터종합공장, 2·8기계종합공장 등 민수(民需) 공장으로 위장된 군수공장이 밀집돼 있어 인근 주민들의 수명이 길지 못하고 병사(病死)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소식통은 “일단 우(위)에서 관련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고 주의를 줘서 불안함을 얘기하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10년 전에도 공장에서 오염수가 흘러나와 강의 생물이 다 죽었던 적이 있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지니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