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北인권 언급하면 시민단체 버림받아”

국가인권위가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우려해 포기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조선일보는 인권위가 16일 국회 법사위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에게 제출한 회의록을 인용해 인권위가 지난 2003년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한 회의를 열었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우려해 언급을 포기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인권위는 지난 2003년 4월 28일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해 전원위원회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서 김창국 당시 인권위원장이 북한인권문제에 입장을 표명하자는 일부 인권위원들의 주장에 대해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시민 단체들에게 인권위원회가 버림받는 것”이라고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인권위가 이라크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라크 전쟁을 이야기하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하지 않냐고 보수언론에서 때리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의견표명을 하면 인권위는 존립의 문제까지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인권위원이 “인권위가 북한인권에 대해 언급하는 것에 잘못했다고 할 사람은 없다”고 반박하자 김 전 위원장은 “(인권위가) 독립기구라고 하지만 무슨 권한이 있나”라고 반문한 뒤 “우리 우군은 인권 시민단체”라고 했다.

김 전위원장은 이어 “언급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고 실무연구팀을 구성해 자료를 모아 분석도 하자”며 다른 인권위원을 설득하기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인권위는 2004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에 북한인권실태에 관한 용역 보고서를 의뢰해, 지난 7월 제출받았다. 최근 인권위가 이 보고서의 공개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인권위가 고의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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