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평양 국영기업소에서 김 씨 일가(一家) 우상화 달력이 아닌 실용성 있는 달력 제작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제는 달력을 제작하고 구매하는 흐름을 봐도 주민들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서 “인민사랑을 선전하는 려명거리, 고아원 및 백두산 전적지 등이 삽입된 달력은 해가 거듭될수록 인기가 떨어진다”고 전했다.
이처럼 우상화물 달력은 해마다 인기 하락으로 싼 가격에 판매되면서 시장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또 지난해까지도 영화배우 달력 인기가 높았지만 올해는 요리, 도자기, 풍경화 달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김정은) 정부가 민심을 잃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평가했다. 거짓과 가식으로 가득한 선전보다 실용적인 현실을 추구하는 의식변화로 분석된다는 것.
선전 달력이 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자 입장에서는 이 추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국가로부터 제작 허용만 받고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외국문출판사, 조선우표사 등 국영기업소들은 고객(북한 주민)의 니즈(Need)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뒤집어서 보면 국영기업소가 김정은 선전물 출판자금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맞는 선전물 제작에 더 신경쓰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달력을 찍어내는 평양출판사도 시장에 대처하지 않으면 판로 경쟁에서 밀리게 되는 시대다”고 지적했다.
이런 목적에 따라 제작된 달력은 교통수단의 발달에 따라 최근 성수기를 맞았다. 평양시에 자리 잡은 각 국영 출판사에서 제작된 달력은 평양시장을 통해 전국 시장으로 도매·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12월 초부터 평양시장이 2018년 달력을 전국으로 도매하고 있다”면서 “달력은 평양시에 자리 잡은 각 국영출판사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해마다 연말이면 평양시장은 달력도매를 독점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평양시 돈주(신흥부유층)들은 출판사로부터 넘겨받은 달력을 평양시장에 넘기고 이후 다시 지방도시 상인들에게 넘겨지고 있다”며 “최근 평양에서 나가는 열차, 버스, 택시들은 수천 개의 달력을 다른 지역으로 유통하면서 돈벌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동사무소에서 세대별로 공급하는 연력(年歷)은 국정가격 100원으로 눅지만(저렴하지만), 주민들이 거절하고 있다. “연력을 집안에 붙여놓으면 가난한 집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북한시장에서 판매되는 고급 달력은 중국에서 수입된 디지털 달력이다. 가격은 50~70달러로, 주로 돈주들이 구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