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 급등에 취약계층 직격탄…한 사람만 벌어선 생계 불가능

“밥술 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벌이 나서야 할 상황”...취약계층 가정에선 자녀들도 임가공 동참 

평안남도 순천 수레
2018년 10월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 풍경. 한 주민이 수레 옆에 앉아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식량 가격과 환율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취약계층의 실질 구매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가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소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가족 한 사람의 수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4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은 “평성시, 안주시, 순천시 등 평안남도 내 여러 지역에서 생활고를 겪는 세대가 적지 않다”며 “과거에는 한 집에서 한 사람만 돈을 벌어도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 식량과 생필품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주민들의 소득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쳐 가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취약계층 세대에서는 가족 중 2명 이상이 돈벌이에 나서는 경우가 보편화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기준 평성시 장마당에서 쌀 1㎏은 4만 원(이하 북한 돈), 옥수수 1㎏은 1만 원에 거래됐다. 쌀 가격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약 10배, 1년 전보다 약 3배 올랐으며, 옥수수 가격도 코로나19 이전 대비 5배 이상 오른 수치다.

반면 주민들이 장마당에 나가 하루에 버는 돈은 평균 7000원에서 1만 원 선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종일 일해도 겨우 옥수수 1㎏를 사는 셈이다. 여기에 밥을 짓는 데 필요한 연료와 각종 부식물, 직장·학교·인민반에서 요구하는 각종 사회적 과제 비용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마당 벌이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소식통은 “이제는 가족 내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벌어야 먹고살 수 있는 형편”이라며 “식량 가격과 돈대(환율)가 지속적으로 오르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늘 가격이 가장 싸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이 같은 물가 상승은 북한 원화 소득에만 의존하는 취약계층에게는 한층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화를 보유한 계층은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지만, 원화 소득에 의존하는 취약계층 주민들은 물가가 오를수록 실질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장마당에 먹거리도 다양해지고 품질 좋은 제품도 늘어났으나 돈이 없는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며 “배가 고픈데 눈앞의 먹거리를 돈이 없어 사 먹지 못할 때 느끼는 좌절감은 먹거리 자체가 부족했던 과거보다 훨씬 더 크다”고 했다. 풍성해진 장마당이 오히려 취약계층에게 빈부격차와 빈곤을 절감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일부 취약계층 가정은 주업에 가발, 속눈썹, 밀짚모자, 자수 등 임가공 부업을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학생 신분인 자녀들까지 부모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임가공 작업에 동참하는데, 이는 한두 가정에서만 나타나는 일이 아닌 흔한 일이 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제 취약계층 가정에서는 밥술이라도 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돼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까지 생계 전선에 내몰리고 있다”며 “부모들은 자신들을 도와 일손을 보태는 자녀들을 기특하게 여기면서도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깊은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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