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피해 움직였더니 강도 위험…이중삼중의 고통 시달려

폭염에 쓰러지면 주변 행인들 선의에 기대야…사회안전망이 제구실하지 못해 주민들 원성 커져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 모습. /사진=데일리NK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이 응급의료 체계의 부재와 치안 불안이라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무더위에도 경제활동은 포기할 수 없어 밖으로 나섰다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가 하면, 더위를 피해 새벽이나 밤에 이동하다 강도를 만나는 등 주민들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4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염주·룡천군 일대에서 생계를 위해 시내와 농촌을 오가며 채소, 제철 과일, 옥수수 등을 판매하는 주민들이 한낮 폭염에 그대로 노출돼 길거리에서 쓰러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소식통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주민들은 일을 쉬면 당장 생계가 막히기 때문에 더위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숨쉬기도 힘들 정도의 폭염 탓에 길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사람이 하루에도 여러 명씩 눈에 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응할 응급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몸에 이상을 느끼면 주민들이 스스로 그늘을 찾아 휴식을 취하거나 물을 마시는 것이 사실상의 유일한 대처 방법이며, 의식을 잃고 쓰러질 경우에는 주변 행인들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나 역시도 최근에 길가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여럿 보아 지나가던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그늘로 옮기거나 물을 떠다 주기도 했다”라며 “국가 차원의 구조 체계가 아니라 일반 주민들의 선의가 사람 목숨을 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더위로 사람 죽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국가에서 한다는 소리라고는 고작 ‘사과주스를 마셔라’, ‘무즙을 마시면 좋다’라는 게 다”라고 토로했다.

온열질환의 위험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하루 벌이를 해야 하는 주민들은 한낮 폭염을 피해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지는 시간을 이용해 움직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두운 틈을 타 기승을 부리는 강도 범죄가 주민들을 또 다른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소식통은 “낮 더위를 견딜 수 없어 새벽이나 밤에 장사를 다니거나 물건을 나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나 이런 시간을 노린 강도 사건도 함께 늘고 있다”며 “폭염을 피하려다 범죄 위험에 노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날씨는 불가항력의 영역이니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조차 제구실을 하지 못하면서 당국을 향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응급차나 응급치료 체계를 제대로 운영할 형편이 안 되면 순찰이라도 강화해 주민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국가도, 날씨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푸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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