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 트로트 열풍을 몰고 온 TV CHOSUN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이 북한에서도 인기몰이 중이다.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여심을 저격했다고 한다.
내부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남조선(한국)의 ‘미스터트롯’ 영상물이 30~6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하다”며 “연선(국경)지역을 넘어서 최근엔 앞 지대(내륙)까지 퍼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처음에는 조각(클립) 영상으로 보던 사람들도 이제는 전체를 구하려 난리다”며 “미스터트롯을 보지 않으면 유행에 뒤처진 인기 없는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인기 예능과 동영상을 보지 않으면 대화에서 소외되는 소위 ‘아싸(아웃사이더(Outsider)의 줄임말)’ 취급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영상을 본 사람들끼리 7명 중 누구를 택할 것인지 비밀스러운 말새(수다)모임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며 “그 사람이 왜 좋은지, 어떤 점이 끌렸는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면서 자기들끼리 투표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시간 투표를 할 수 없는 아쉬움을 지인들과 순위를 매기면서 나름대로 콘텐츠에 몰입하고 즐기는 모습이다.
이어, 그는 “그들의 노래 경연뿐만 아니라 생활을 담은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더 보고 싶어 한다”며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싶어 하는 마음과 그들의 노래를 더 보고 싶다는 호소와 갈망이 상당히 크다”고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나 인기 예능프로그램은 한국의 경제 수준이나 생활상을 가늠해 보는 잣대로도 활용된다. 이 때문에 방송 내용 중 트로트 가수들의 일상생활을 전하는 부분이 마치 그들과 함께 하는 듯한 느낌을 줘 인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한때 북한에서 트로트는 큰 인기를 끌었었다. 지난 2001년 가수 김연자가 평양과 함흥(함경남도)에서 공연을 해 성공을 거뒀다. 함흥 공연에는 당시 김정일도 참석해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주민들에게 트로트는 점차 노년층의 전유물로 인식되며 인기가 다소 사그라들었었다. 그런데 최근 미스터트롯이 유입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트로트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소식통은 “트로트가 그리 인기가 있지는 않았다”며 “그런데 최근 연선(국경)지대에서 밀수를 하는 중년 아주머니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후 폭풍처럼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절절한 노래 음(멜로디)이 연령대가 있는 아주머니들의 가슴을 사로잡았다”며 “중년층 여성들은 가사가 마음을 울려 사기 나게(신나게) 했다”고 전했다.
심금을 울리는 멜로디와 가사가 중장년층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해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특히 미스터트롯은 북한의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청년층에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전 세대가 듣고 즐기는 음악 장르로 발돋움할 기세다.
소식통은 “최근에는 20대들도 트로트를 좋아한다”면서 “트로트는 사랑과 애정, 그리움 등의 감정이 정확히 가사로 전달돼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혁명가요, 투쟁가요 일색인 북한 노래에 염증을 느낀 북한 청년들은 트렌디하면서도 말이 통하는 한국 아이돌 노래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 때문에 북한의 청년층 사이에서는 방탄소년단, 아이즈원 등이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최근에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방탄소년단 춤을 추다가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관련기사 : “방탄소년단 춤췄다”…軍 보위국, 백두산 답사대 군인 3명 체포)
북한 청년들 사이에서 한국 아이돌 가수의 인기가 높지만, 장기간 분단이 만들어낸 언어 장벽과 외래어에 가사 전달력은 높지 않았다. 여기에 외국풍 멜로디도 북한 주민들의 정서에 잘 맞지 않아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트로트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멜로디와 애절한 가사가 청년들에게 공감을 샀다고 한다.
실제, 북한에서 인기 있는 한국 노래는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안재욱의 ‘친구’ 같은 잔잔하면서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들이다. (▶관련기사 : “北서 인기 南가요 안재욱 ‘친구’, 최진희 ‘사랑의 미로‘”)
한편, 북한 당국도 미스터트롯의 인기를 감지하고 단속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당국이 미스터트롯에 대해 철저히 비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먼저 미스터트롯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보위부원들이 영상을 수소문 중”이라고 말했다.
반사회주의적 형태를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정보나 콘텐츠를 당국이 빠르게 쫓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