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서 역우(노역에 쓰이는 소) 폐사율이 높아진 것으로 젆해졌다. 여기에 죽은 역우를 대체하기 위해 다른 농장에서 소를 훔쳐 오는 일도 성행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봄철에 접어들면서 역우들이 많이 죽어 나가고 있다”며 “평안남도 농촌경영위원회에서 종합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에만 해도 약 120마리가 죽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조사 결과 영양실조 75%, 이외 사고와 질병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즉, 추운 겨울 날씨에도 충분한 사료와 건초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소는 추위로 인해 기온이 떨어지면 체온 유지를 위해 대사작용을 활발하게 한다. 사료나 먹이를 먹어 영양소를 열에너지로 전환해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추위가 이어지면 소의 사료 섭취량이 늘어난다. 그런데 사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소가 추위에 대응할 만한 체력을 다지지 못했고 여기에 영양부족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까지 겹치면서 폐사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식통은 “지금 남아있는 부림소들의 영양보충을 위해 개나 고양이 고기를 먹이고, 찹쌀 호박죽 등을 먹이는 등 난리를 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역우, 부림소(농사를 위해 기르는 소)는 협동농장의 각 분조에서 관리·통제하는 국가재산이다. 이 때문에 소가 죽으면 국가재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문책을 받게 된다. 또한, 소가 없으면 영농(營農)에 악영향이 생겨 목표 생산량 달성도 어려워지는 등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부족한 소를 채우기 위한 도둑질이 늘었고, 몇몇은 붙잡혀 처벌을 받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얼마 전 평성시 하차농장의 한 작업반장이 부림소를 훔쳐 오면 강냉이(옥수수) 50kg을 준다는 말을 했다”면서 “이 말을 들은 농장원이 다른 농장에서 소를 훔치려 했으나 발각돼 국가 재산 략취죄로 처벌받았다”고 전했다.
북한 형법(91조)은 국가 재산을 훔친 자를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일부 주민들이 처벌 우려에도 다른 농장의 소를 훔쳐 오는 일을 감행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소를 도둑맞은 주민이나 협동농장이 잃어버린 소를 다시 찾지 않고 훔치고 있어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본지는 북한에 부림소 도둑질이 성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도둑질 기승이 소 집단 폐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관련기사 : “국가재산도 훔쳐” 北 주민들, ‘코로나 경제난’ 벼랑 끝 몰렸나?)
북한 내 소도둑 증가가 국가 차원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해 발생하는 문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