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에서 조류독감(AI) 발병이 확인됨에 따라 북한의 방역 체계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입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 조류독감까지 발생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군병력까지 동원해 철저한 대응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우리나라(북한)에 와서 겨울을 나거나 드나드는 철새, 날새들을 그물포로 잡아없애라’는 원수님(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군 포병지도국 성원들과 평양시 사동구역의 포사격장 인원들이 철새 잡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군 포병지도국 산하 1개 대대를 동원해 그물포로 조류를 처리하는 사업을 1개월 동안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지시에 포병지도국은 7개 중대 인원들을 전방지역과 국경지대에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의 먹거리 문제와 직결된 조류독감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철새들이 드나드는 길목을 차단하는 공세적인 조처를 한 셈이다. 조류독감 방역과 관련해 이처럼 그물포 부대를 동원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밖에 현재 평양가금관리국에서는 ‘중국에서 조류독감이 발병했다’면서 경보를 발령하고 닭이나 오리를 기르는 가금업자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가금관리국은 특히 조류독감 발생 우려가 큰 가금농장 및 시설들에 방역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농업농촌부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후난(湖南)성 사오양(邵陽)시 슈앙칭(雙淸)구의 한 농장에서 사육하던 닭 7850마리 중 4500마리가 조류독감에 감염돼 폐사했다”고 밝혀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사실을 확인했다.
흔히 조류독감으로 불리는 H5N1 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에 심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치명적인 고병원성 바이러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류독감이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도 있지만, 확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단 걸리면 치사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대응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한편, 북한 당국은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한 대응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지난 1일 수도여객운수관리국에서 ‘평양시내 무궤도전차와 궤도전차, 노선출퇴근버스들은 매일 야간 11시 30분부터 12시까지 소독 방역을 진행하라’는 내적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매일 오전 6~9시, 오후 7~10시에 한시적으로 운행하는 노선출퇴근 1, 2층버스는 물론,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상시로 운행하는 궤도·무궤도전차도 모두 운행 종료 이후 빠짐없이 소독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소독 작업은 방역소 직원들이 아닌 운행 일꾼들이 직접 약과 기구를 가지고 해야 해 내부에서 불만이 새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운수부문 노동자들은 막차 운행이 끝나면 곧바로 퇴근했는데, 소독 작업 때문에 1시간 정도 더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퇴근 시간이 늦어지니 ‘소독 작업은 전문방역소가 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불평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인민의 봉사자이자 참된 일군(일꾼)으로서 주인다운 입장에서 맡은 단위에 대한 철저한 소독을 책임지고 하라’고 강조하면서 매일 아침 운행 시작 전 운수관리국 책임일꾼들이 직접 소독 여부를 검사하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